올해 시애틀에서는 콜럼버스의 날(매년 10월 둘째주 월요일)는 좀 다르게 치르기로 했습니다. 올 여름 시의회가 만장일치로 이 날을 콜럼버스의 날이라는 이름 대신 ‘원주민의 날’로 부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유럽인 대신, 원래 이곳에 살던 사람들을 기리기로 한 것입니다. 한 시의원은 이번 결정이 인종주의와 차별에 맞선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원주민들의 아픈 역사와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는 차별과 소외의 문제를 연결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콜럼버스의 날를 다른 방식으로 기념하고 있는 곳은 시애틀 뿐만이 아닙니다. 미네아폴리스 시의회 역시 올초 이 날을 ‘원주민의 날’로 부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우스다코타 주는 이 날을 “우리 주의 역사에 크게 기여한 위대한 원주민 지도자들을 기리는 날”로, 하와이 주는 섬을 발견한 폴리네시아인들을 기리는 뜻에서 이 날을 ‘발견자들의 날’로 부르고 있죠.
물론 모두가 이러한 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시애틀의 이탈리아 커뮤니티는 이탈리아 출신의 위인을 기리던 날이 사라졌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업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던 시민들은 투쟁과 저항의 역사를 부각시킨 시의회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매년 10월 둘째주 월요일이 되면 콜럼버스의 날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찬성하는 무리가 충돌을 빚곤 합니다. 점점 더 많은 주와 도시들이 콜럼버스의 날을 없애거나 다른 날로 대체해 기념하는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연방정부 기관을 제외하면, 이 날을 유급 휴일로 지정해 쉬는 주는 이제 23곳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반(反) 콜럼버스 정서는 미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칠레와 과테말라에서는 매년 이 날에 시위가 벌어지고,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날을 ‘인종의 날(Dia de la Raza)’, 또는 ‘원주민 저항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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