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 연구소 욘 윤트베르그 교수와 에디 바이츠베르그 교수는 17년 전 이런 이름의 논문을 썼습니다. ‘산화질소와 염증: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다.(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눈치채셨나요? 실은 이 논문 제목 뒷부분은 밥 딜런의 유명한 노래 <Blowin’ in the wind> 가사입니다.
“우린 둘 다 밥 딜런을 좋아했습니다. 저 노랫말은 논문 주제와 딱 맞아떨어졌죠.” 이후에도 두 사람은 논문 제목에 밥 딜런 노래 가사를 인용했습니다. 논문 제목뿐만 아니라 서론이라든지 결론에 밥 딜런 노랫말을 넣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도서관 사서가 우연히 밥 딜런 노랫말을 논문 제목에 쓰고 있는 또 다른 연구팀을 발견합니다. 2003년 같은 대학 의학과 요나스 프리센 교수와 콘스탄티노스 멜레티스 교수 연구팀은 생쥐와 인간의 비뉴런 세포가 어떻게 뉴런 세포를 만들어내는지를 밝힌 논문 제목을 이렇게 지었습니다. <트랙 위의 피: 단지 운명의 장난일까?> (Blood on the tracks: a simple twist of fate?) 이건 밥 딜런의 15번째 앨범 수록곡 제목입니다.
도서관 사서 덕분에 네 학자가 만나게 됐고 밥 딜런 인용하기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얼마 뒤 바이츠베르그 연구팀은 논문 제목에 “시대는 변하고 있다(The times they are a-changing)”라는 문구를 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밥 딜런의 1964년 곡 The Times They are a-changin’에서 따온 것이죠. 이 성과를 프리센 교수팀에 이메일로 보내 자랑하며, 학계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누가 가장 많이 논문 제목에 밥 딜런 가사를 집어넣는지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승자는 스톡홀름 북쪽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얻어먹기로 했습니다.
요나스 프리센 교수팀은 반격에 나섰습니다. 2010년 ‘2개로 꼬인 수용체(Eph receptors tangled up in two)’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는 밥 딜런의 유명한 곡 ‘Tangled up in blue’에서 따왔습니다. 그러자 다음 해 바이츠베르그 연구팀은 ‘식이성 질산염, 기차는 천천히 들어온다’라는 논문으로 응수했습니다. 밥 딜런의 19번째 앨범 타이틀이 ‘기차는 천천히 들어온다’입니다. 그 논문 결론 부분의 한 문단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뭔지는 모릅니다. 그렇지 않아요, 존스 박사?” 밥 딜런의 <마른 남자의 발라드> 가사를 거의 완전히 차용한 문장인데 마침 존스 박사라는 사람이 연구팀에 있어서 어울리는 문장이 됐습니다.
1998년, 같은 대학에 밥 딜런 애호가가 또 한 명 더 있음이 알려졌습니다. 케네스 치엔 교수는 일찌기 1997년 논문 제목에 ‘Tangled up in blue’라는 문장을 넣었던 것입니다. 케네스 치엔 교수도 밥 딜런 점심 내기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바이츠베르그 교수는 밥 딜런 노랫말에서 논문 제목을 따오는 것이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밝히는 주제를 흐려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다만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즐거움을 얻고자 할 뿐입니다. “제목을 지을 때 뭔가 감각적인 문장을 쓰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닐 겁니다”라고 바이츠베르그 교수는 말했습니다. “물론 제가 밥 딜런 가사 때문이 아니라 과학적 성과 때문에 유명해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예. 저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죠.”
출처 : TheLocal.se 등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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