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문화

한번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기는 힘듭니다

뭔가 특이하고 재미있는 얘기일수록 SNS상에서 널리 퍼지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한 번 왜곡된 소문은 나중에 이를 바로잡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입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둘러싼 논란이나 오바마 행정부가 실업률 통계를 조작한다는 음모론이 바로 이런 사례입니다. 이런 문제는 우리가 익히 인식하고 있던 것이지만,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숫자로 측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컬럼비아 대학교 디지털 저널리즘센터(Tow Center) 연구원 크레이그 실버먼은 잘못된 사실이 얼마나 널리 퍼지는지를 측정하는 방법을 발명했습니다. 이머전트(Emergent)라고 하는 이 도구는 인터넷에서 특정한 소문이 퍼져나가는 과정을 추적합니다.

 

먼저 실버먼은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사실, 거짓, 그리고 아직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소문 등 3가지 범주로 구분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인크래프트 개발사를 인수한다는 소문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듀렉스가 호박 맛 콘돔을 출시한다는 소문은 거짓이었죠. 한편 지난해 8월 트리폴리 공항을 접수한 리비아 반군이 여객기 11대를 빼돌렸다는 소문은 아직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머전트를 통해 추적한 결과,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이야기일수록 SNS상에서 더 많이 퍼져나갔습니다. 예를 들어 리비아 여객기 얘기는 인터넷에서 14만 회 이상 공유됐습니다. 하지만 리비아 여객기 괴담이 거짓이라는 설득력 있는 반론은 겨우  735회 공유됐습니다. (여전히 실버먼은 리비아 여객기 이야기를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사안으로 분류합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 번 왜곡된 사실은 나중에 그것이 거짓임이 밝혀져도 정정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유방이 3개 달린 여자’ 괴담을 예를 들어 봅시다. 한 여성이 자기가 성형수술로 세 번째 유방을 가슴에 달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럴듯한 사진과 동영상이 곁들여져 이 괴담은 SNS를 달궜죠. 며칠 뒤 그 동영상은 유방 모양의 가짜 보형물을 이용해 조작된 영상임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유방 3개 괴담글’이 18만  8천회 공유되었던 것과는 달리, 그 소문이 거짓임을 폭로한 기사나 영상물은 겨우 3분의 1밖에 퍼지지 못했습니다.

거짓된 정보(빨간 색)가 진실된 정보(녹색)보다 더 많이 공유됩니다.

거짓을 담은 소문은 진실보다 더 흥미로와 보입니다. 진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정정해야 할 그 신화만큼이나 진실을 흥미롭게 포장할 방법을 찾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출처: 뉴욕타임스

이 기사 번역을 추천한 사람: @ingppoo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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