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한 주간 뉴스페퍼민트가 소개한 기사 가운데 다시 읽어볼 만한 글을 추천해드립니다. 이 글은 지난 9월 29일에 소개된 글입니다.)
내일 새벽 5시: 로마발 뉴욕행 편명 AZ610”
일요일 밤마다 도착하는 문자가 다음주 제가 만날 고객과 행선지를 결정하곤 했습니다. 그 무렵 저는 소위 글로벌 톱3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여행 가방 안에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었죠. 화려한 비즈니스맨의 삶이라면 그 삶의 노예가 되어도 좋았고, 탑 비즈니스스쿨 학위를 자랑하듯 들고 있던 때였습니다. 이제 몇 시간 자고 일어나면 모범 택시가 나를 공항으로 실어나를 것이고,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로마에서 뉴욕까지 가겠죠. 5성 호텔에 짐을 푼 뒤에 바로 고객을 만나러 갈 겁니다. 월급이요? 빵빵했죠. 회사는 남부럽지 않은 월급을 챙겨주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컨설턴트의 삶은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저 지금 회사 관뒀어요. 제 사업을 시작할 겁니다.”
제 말을 들은 어머니는 거의 심장마비에 걸릴 뻔했습니다. 완벽주의자 어머니가 비즈니스 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아들에게 기대한 인생과는 한참 동떨어진 선택이었으니까요.
“엄마, 전 제 인생이 싫어요. 컨설턴트는 행복한 척하는 인생이에요. 하루에 3~4시간 자고, 5성 호텔이나 화려한 아침식사 따위는 허울일 뿐 실제로는 거들떠볼 시간도 없어요. 멋진 점심이나 저녁이요? 컴퓨터 앞에 앉아 샌드위치나 대충 먹고 액셀을 하죠. 번 돈을 쓸 시간도 없어요. 이 삶은 끔찍해요. 제 일을 시작할 거예요.”
우리 부모님은 9시~5시 공무원의 삶을 사신 분들입니다. 사업이라는 게 어떤 건지 모르는 분들이었지요. 그리고 다음날부터 매일 아침 어머니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사업은 어떠니? 진전이 좀 있니?”
사업이 규모를 키우고 성공하는 데까지 하루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설명할 도리가 없었죠.
큰 회사에서 승진이 보장된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회사를 관두고 스타트업을 시작한다 털어놓은 뒤로 친구들을 보는 빈도가 줄었습니다.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몇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친구들에게도 매일 사업 현황을 업데이트해주는게 힘들었습니다. “너 스타트업은 어떠니? 언제쯤 나도 주커버그 같은 친구 있다고 자랑해도 되는 거야?” “우린 널 믿어. 머지않아 곧 대규모 투자를 받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스타트업은 긴 여정이고,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는 점점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죠.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기업도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데 몇 년이 걸렸다는 걸 일일히 설명해주는 데 지치기 시작했죠. 스타트업을 하는 다른 창업가들만이 서로를 이해해주는 친구로 남았습니다.
현금이 급속히 떨어지는 것도 굉장한 스트레스였습니다.
여기 창업을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꼭 염두에 두어야 할 5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1. 사회적 압박을 견딜 준비가 되어있나요?
당신 가족이나 친구들은 창업가가 아닙니다. 무얼 겪고 있는지 이해해줄 리 만무하죠. 저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는지 외부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게 제 삶을 망쳐버렸죠. 빨리 스타트업을 성공시키고 싶어 안달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은 사실 남들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페이스북 현황을 몇 초간 들여다보는 게 다죠. 그들에게 나를 입증하려고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내 스타트업에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내 인생을 가지세요. 내가 만든 회사입니다. 내 스타트업의 주인도 내가 되어야 합니다.
2. 싱글입니까? 아니면 당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반려자가 있습니까?
어른이 된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들보다 내 파트너와 훨씬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저는 저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여자친구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지만, 대부분 창업가 친구들이 힘든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너무 정신 없고 마음이 복잡하여 여자친구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제대로 키스해줄 여유도 없는 게 다반사입니다. 이걸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나요?
3. 1년을 버틸 현금이 있습니까?
스타트업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기 마련입니다. 회계사, 법률 자문, 아이폰이나 PC가 고장나는 등 계획에 없던 지출이 봇물처럼 터져나오죠. 작은 집으로 이사가고 적게 먹고 몇백 원까지 세며 가계부를 적을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현금이 바닥나기 시작하면 제대로 잠도 안 올 겁니다. 첫날부터 철저히 계획 아래 움직여야 합니다.
4. 하루에 몇 시간만 자도 괜찮습니까?
컨설팅 회사를 뛰쳐나가면서 저는 언제든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삶을 가질 거라는 생각에 들떠 있었죠. 그러나 스타트업은 컨설턴트보다 더 일에 치이게 됐습니다. “창업가는 일주일에 40시간 대신 일주일에 80시간을 일하고 싶은 사람이다.” 저는 처음에는 밤에 자다가 하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너무 많아 아침이 오는 걸 기다릴 수 없는 정도였죠. 그렇게 신나서 너무 많이 일을 하다가 자는 시간이 점점 늦춰지고 어느 날에는 제대로 잠을 못자자 생산성이 떨어지는 수준에 이르렀죠. 해변가에 앉아 여유롭게 일하고 있다는 사진에 속지마세요. 스타트업 창업자가 어느날 백만 장자가 되었다는 소식 뒤에는 거절받고 잠을 설친 수많은 날들이 있을 겁니다.
5. 당신에게 성공이란 무엇입니까?
누구에게나 성공의 정의는 다릅니다. 돈이 중요한 사람도 있고,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사람도 있지요. 돈과 사회적 인정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창업가의 삶은 무척 힘들 겁니다. 헤밍웨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여정의 끝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죠. 하지만 결국 끝나고 보면 가장 중요한 건 그 여정 자체입니다.” (It is good to have an end to journey toward; but it is the journey that matters, in the end.)
성공한 창업이라는 게 수십억 달러 투자를 받는 것만은 아닐 겁니다. 그런 스타트업은 백만 명 중에 한 명에 불과하죠. 작게나마 내 사업을 운영하고, 먹고 살 만한 이윤을 내고 있는 몽상가들은 이미 충분히 성공한 건지도 모릅니다. 창업가들이여, 당신 삶이 얼마나 망가졌을지 모르겠지만, 내 꿈과 열정을 쫓는 지금 이 과정을 즐기세요. 토니 가스킨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신의 꿈을 스스로 쫓지 않는다면, 누군가 자기 꿈을 쫓는 걸 도우라고 당신을 고용할 겁니다.”
이 글을 소개한 필진: heesa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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