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윔블던 테니스 챔피언이자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영국의 테니스 스타 앤디 머레이(Andy Murray)가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습니다. 아니, 다시 쓰겠습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테니스 스타 앤디 머레이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스코틀랜드 주민투표 당일날 아침 트위터에 글을 남겼습니다. “오늘은 스코틀랜드에 굉장히 중요한 날! 지난 며칠간 반대 의견도 적잖이 접할 수 있었지만, 확고한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결과가 기다려지네요. 다들 투표합시다!” (“Huge day for Scotland today! No campaign negativity last few days totally swayed my view on it. Excited to see the outcome. Let’s do this!”)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나 자란 머레이는 현재 거주지가 스코틀랜드가 아니라 투표권이 없지만, 스코틀랜드 국적 선수로 뛰고 싶다는 의견을 밝힌 겁니다. 머레이는 얼마 전까지 정치적인 발언을 잘못 했다가 구설수에 휘말려 오랫동안 고생했다며, 다시는 문제가 될 만한 말은 아예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혔습니다. 사실 머레이 이전에도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대개 제도권이나 기득권의 견해와 충돌하는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았기에 제재를 당하고 선수 자격을 잃는 경우도 있었지만, 동시에 비슷한 견해를 가진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기도 했습니다.
1997년 리버풀FC의 축구선수 로비 파울러(Robbie Fowler)는 유럽클럽 대항전의 하나인 컵위너스컵(Cup Winners’ Cup)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레모니 중 속에 입고 있던 티셔츠를 내보입니다. “해고된 500명의 노동자들을 지지한다(Support The 500 Sacked Dockers).”라고 적힌 이 티셔츠는 당시 리버풀에서 일어났던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부당 해고된 이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제작된 것이었습니다. 유럽축구연맹은 파울러가 전한 메시지에 공감한다고 말하면서도, 어떠한 정치적인 문구도 축구 경기에서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에 따라 약 22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잉글랜드의 크리켓 선수 모인 알리(Moeen Ali)가 “가자를 구하자(Save Gaza)”, “팔레스타인 해방(Free Palestine)”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팔찌를 차고 인도와의 경기에 나섰다가 출전이 금지됐습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크리켓 협회는 앞서 해당 팔찌가 정치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인도주의적 견해에 입각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렸지만, 국제 크리켓 협회의 해석은 더욱 엄격했습니다.
스포츠 스타들의 정치적 발언이 봇물을 이루던 시기는 아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제도권과 문화적 권위주의에 대한 반대 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나던 68혁명 시기일 겁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남자 육상 2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Tommie Smith)와 존 카를로스(John Carlos)가 시상대에서 했던 독특한 국기에 대한 경례 동작은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들은 검은 장갑을 낀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고개는 가볍게 숙이는 이른바 흑인 인권운동식 경례(black power salute)를 했는데, 미국 내에서 여전히 가시지 않은 인종 차별에 저항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앞서 권투 스타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는 1967년 종교적인 이유에 베트남전에 반대한다는 반전 이유를 더해 미군의 징집령을 공개적으로 거부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때문에 알리는 챔피언 자격과 선수 자격을 박탈당했음은 물론이고 벌금을 내고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월드컵을 앞둔 지난 6월 슬로베니아와 평가전을 가진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은 경기에 앞서 “말비나스 제도는 아르헨티나 땅이다(Las Malvinas son Argentinas)”라는 대형 문구를 세워두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말비나스 제도는 영국령인 포클랜드 섬들을 일컫는 아르헨티나 지명으로 1982년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정권이 포클랜드 전쟁을 일으켰던 곳이기도 합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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