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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즈가 본 ‘명량’ 흥행 이유

[역자주: 미국 <LA타임즈> 8월 16일 기사입니다.]

지난 4월 세월호 침몰로 고등학생 수백 명을 잃은 한국인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전후 가난 극복을 자랑스러워했던 한국인은, 어떻게 여객선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는지 묻습니다.

국가 전체가 자기 탐구의 시간을 가지는 이 때,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전투 이야기가 영화팬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영화 <명량>은 한국인이 역사적 승전으로 기억하는 1597년 명량 해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영화 <명량>은 지난주(8월16일 기준) 8천40만 달러 매출을 올려 <겨울왕국> (7천6백만 달러)를 넘어 2014년 최고 매출 영화가 됐습니다. 6월30일 개봉했을 때부터 개봉일 최고 관객 기록, 개봉 주말 최고 관객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이 영화는 조선군이 애초 승산이 없었던 전투에서 숙적 일본군을 무찌르는 매력적인 줄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 식민지였습니다. 적개심이 가시지 않은데다, 지속적으로 터지는 역사 문제 이슈 때문에 양국은 앙금이 남아있습니다.

명량 해전 영웅이자 영화 속 영웅인 이순신 장군은 적은 배로 훨씬 더 많은 일본 함대와 맞서 불가능해 보였던 전투를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조선 수군 쪽에 유리한 해역으로 일본 함대를 유인한 이순신 장군의 전략이 수적 열세였던 조선군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남서쪽 해안은 조류가 거세고 방향이 일본군 공격 방향과 반대인데다 좁은 해협이라 일본군은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작은 집단으로 나눠 공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 출연으로 유명한 배우 최민식이 주연을 맡은 영화 <명량>은 이미 <최종병기 활>로 성공을 거둔 김한민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1636년 병자호란을 다룬 그 영화는 2011년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적 있습니다. <명량>은 지난주 LA와 북미 주요 도시에서 개봉했습니다.

이 128분 짜리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전반부는 이순신 장군이 전투를 준비하는 장면이며, 후반부는 바다 전투의 액션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전투 장면은 강렬합니다. 중세 군함이 서로 포탄을 주고받는 해전을 정교한 시각 효과를 통해 보여줍니다.

어떤 관객은 전반부 전투 준비의 장황함에 별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고 느꼈습니다. 회사원 이동주 씨(23)는 “후반부는 정말 근사했어요. 하지만 전반부는 좀 지루했죠”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한국인은 명량 해전이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나온 과정을 긍정적으로 비유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작고 자원이 없는 한국은 근면성과 독창성으로 온갖 악조건을 극복하고 경제 번영을 누리게 됐습니다. 어떤 이는 세월호 침몰 이후 슬픔이 가시지 않은 분위기 때문에 한국인이 극장에서 이 용기와 승리로 가득찬 이야기로 위안을 얻으려 한다고 봅니다.

지난주 영화를 본 대학생 김정윤(22)씨는 “영화는 세월호 사건으로 분열된 국가를 단결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이순신을 잘 알고 있으며 일본을 무찌르는 그를 보며 기뻐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는 3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았고 희생자 대부분은 수학여행 중이던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국가적 고통과 수치심은 자세한 사고 정황이 밝혀지면서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 침몰은 최소한 예방가능한 것이었으며 사고원인은 명백히 부주의한 운행과 위험한 과적 행위였습니다. 정부의 위기 대응은 너무 늦었고 비효율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평론가들은 이런 상황이 대중들로 하여금 진짜 토종 히어로를 갈망하게 했다고 말합니다. “세월호 사태에서 대해 분노한 한국인은 이제 도덕적으로 강직한 주인공을 간절히 보고 싶어합니다”라고 강남대 영화학과 강유정 교수는 말했습니다. “영화에서 이순신은 어려운 상황에서 용감한 지도력을 선보입니다. 그건 지금 진정으로 대중이 원하는 것이지요.”

다른 평론가들은 한국 극장시장이 CJ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소수의 거대 재벌기업에 장악되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로 인해 블록버스터 영화가 점유율을 높이는 게 쉬워졌습니다. “명량의 흥행은 자연적으로 흥행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화학 강의를 하는 김네모씨는 말했습니다. CJ엔터테인먼트는 CGV라는 전국적 복합극장 체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명량>은 전체 한국 영화관 스크린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있는 이순신 동상은 서울을 상징하는 중심지입니다. 그 광장에서 세월호 침몰로 사망한 학생의 유족들은 침몰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며 연좌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토요일 아침 가톨릭 성인 시복식을 인도할 예정이며 정부는 가족들이 광장을 떠나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LA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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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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