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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의 한국 대통령 관련 보도 논란

매년 8월, 일본과 한 때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은 무더위 속에서 괴로운 기념일들을 맞이합니다. 절정은 일본의 항복으로 2차대전이 끝난 날, 한국에서는 “광복절”로 불리는 8월 15일이죠. 그 날을 기점으로 일본해(Japan Sea)를 사이에 둔 진흙탕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올 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발단은 한국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관련 기사를 두고 일본 산케이 신문 한국 지부장을 두 번이나 소환한 것입니다. 검찰은 지부장을 기소할 계획으로, 출국 금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대사관은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나, 한일 관계 전반의 측면에서나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죠. 문제가 된 산케이 신문 기사는 300명 가까운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이 파악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최근 이혼한 한 남성을 만나고 있었다는 뉘앙스를 담은 내용이었습니다. 청와대는 즉각 이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기사 내용을 부인한 것과 별개로, 한국 검찰이 산케이 신문에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려는 부분은 여러 사람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는 한국의 보수 신문인 조선일보 기사,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한 공개 발언을 비롯해 한국 소식통만을 인용했으니까요. 산케이 신문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우리를 싫어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산케이 신문은 일본의 보수지로, 1993년 무라야마 담화 뒤집기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전시 일본이 한국 여성들을 군 위안소에 동원한 역사를 사과했지만, 일부 보수 정치인들은 이 여성들이 전시 매춘부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산케이 신문은 이들에게 꾸준히 지면을 허용했죠.

일본의 또 다른 일간지 아사히 신문의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 한일 간 문제의 전형적인 격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관계자는 아베 신조 정부 하에서 일본 언론이 일차원적이고 천박해졌지만, 동시에 한국의 대응도 산케이 신문 지지자들의 뻔한 분노를 부추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청와대는 검찰의 조치를 저지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홍보수석은 “엄중한 조치”를 예고했고, 외교부 장관은 산케이 보도건을 언급하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만나 두 나라가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윤 장관이 일본 정부에 산케이 신문을 상대로 특정한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말한 것인지, 더 좋은 다른 방법을 제안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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