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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팔레스타인 심정을 이해하게 될 때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 시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는 서로 1만Km 넘게 떨어져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이 있는 이 두 지역은 문화, 종교, 인종적으로 아무런 공통점이 없고 얼마 전까지 서로의 존재조차 아는 주민이 드물었지요. 하지만 최근 두 지역 주민 사이에 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둘 다 부당한 권력에 탄압받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8월 9일 퍼거슨 시에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하자, 항의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브라운에게 절도 혐의가 있었고 검문에 완강히 저항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목격자들은 브라운이 두 손을 들고 저항할 의사가 없음을 보였다고 증언했습니다. 백인 경관들은 최소 6발 이상을 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날로 거세지자 중무장한 특수부대가 출동해 최루탄을 쏘는가 하면 통행금지령을 내리는 등 폭력 진압 양상도 보였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퍼거슨 시위대가 자신의 처지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빗대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LA 타임즈> 맷 피어스 기자는 퍼거슨 주민 시위대가 “가자 지구(Gaza Strip)”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데일리 비스트>는 “우린 (팔레스타인처럼) 점령당하고 있다. 가자 지구 주민처럼 우리도 봉기해야 하는가?”라는 주민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토벌작전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2천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 민간인 사망자는 3명이었습니다.

거꾸로 이스라엘 규탄 시위 현장에서도 팔레스타인과 퍼거슨을 엮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8월 20일 뉴욕에서 열린 이스라엘 공습 반대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퍼거슨부터 팔레스타인까지 저항은 정당하다”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온라인 뉴스사 <매셔블>은 퍼거슨과 팔레스타인을 비교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미주리주 흑인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모두 폭력적인 정부와 권력에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민의 말을 전했습니다. 시위 참가자 조스마르 트루질로는 맨해튼 구청사 앞에서 “퍼거슨 사태와 가자지구 사태 모두 수십 년 동안 억압받아온 민중의 분노를 보여준다”고 연설했습니다.

한편 팔레스타인 쪽에서 미국 퍼거슨 주민을 향한 응원 메시지도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 <프레스 TV> 등은 팔레스타인과 중동 지역 주민이 퍼거슨 시민에게 보내는 트위터 내용을 전했습니다. 가자 지구에 사는 이나스 사파디는 “퍼거슨을 응원한다. 이웃 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는 여러분들의 행동이 자랑스럽다”는 격려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또 라나 나잘이라는 트위터 사용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무장한 상태에서 총에 맞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라는 영어 문장이 적힌 사진을 올렸지요. 이집트 블로거 아나 무바셔는 퍼거슨 시위 상황을 실시간으로 트위터와 블로그에 올리며 “우리가 익숙히 본 풍경이지만 여긴 중동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와중에 미 경찰이 퍼거슨 시위 진압에 사용한 최루탄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시위 진압에 쓴 최루탄이 같은 회사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미국 언론사 <쿼츠>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콤바인드 택티컬 시스템>사에서 만든 최루탄이 가자 지구와 퍼거슨 시 진압 작전에 같이 쓰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팔레스타인 주민이 퍼거슨 시민을 위해 최루탄 대응법 노하우를 알려주는 풍경이 벌어졌습니다. 팔레스타인 주민 라자이 아부칼리는 “경찰에게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마라. 오히려 가까이 있을수록 최루탄을 쏘기 힘들 수도 있다”고 트위터에서 노하우를 전수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에 사는 마리엄 바구티는 “최루탄을 맞으면 바람 부는 방향으로 달려라. 눈을 비비지 말라”라는 실용적인 조언을 줬습니다. 블로거 아나 무바셔는 “이스트(Yeast) 가루와 물을 5대95로 섞은 용액을 뿌리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 밖에 “눈을 물로 씻지 마라. 차라리 우유로 씻는 게 낫다”는 등의 조언이 팔레스타인 트위터를 통해 이어졌습니다.

과연 퍼거슨은 미국판 팔레스타인일까요? 일각에선 이런 비교법이 옳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매셔블>은 팔레스타인은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고 집과 기간 시설이 파괴되었다며 폭탄과 로켓이 날아다니는 가자 지구 사태와 경찰의 행정적 절차 문제를 규탄하는 퍼거슨 사태는 크게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인 알렉스 케인은 “가자 지구와 퍼거슨을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퍼거슨은 과거 미국 도시와 비교되는 게 더 나을 것이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인 킴벌리 돈은 “퍼거슨과 가자를 비교하지 말자. 진짜 핵심은 연대와 정의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 퀸스에 사는 28세 교사는 <매셔블>과의 인터뷰에서 “퍼거슨 시와 가자 지구를 연결하는 것은 완벽한 비유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비유가 어디 있겠느냐”고 씁쓸히 덧붙였습니다. 그는 유대인들부터 불이익을 받을까 봐 인터뷰에서 이름을 공개하지 말라고 부탁했습니다.

퍼거슨 시 소요와 가자 지구 참극은 물론 다릅니다. 하지만 미국 경찰과 이스라엘 군인의 정신세계에 세 가지 공통점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시민을 죽이는 데 비무장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 나의 안전이 조금 더 보장될 수 있다면 너의 생명을 없애는 게 정당화된다는 점. 그리고 “나”는 “너”와 다른 인간이라는 점. (뉴스페퍼민트)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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