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를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를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라고 부릅니다. 선거 개표방송을 보면 이런 관행에 따라 민주당이 승리한 곳은 푸른색, 공화당이 승리한 곳은 붉은색으로 표시하곤 합니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 주에서 공화당 지지 주로 눈에 띄는 인구 이동이 일어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공화당 텃밭에 민주당 씨앗이 들어가 점점 붉은색이 푸른 빛을 띌 겁니다. 50%에서 한 표라도 더 얻으면 한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대통령 선거나 인구나 면적에 관계없이 똑같이 주별로 두 명을 뽑는 상원의원 선거를 생각해보면 레드 스테이트에 꾸준히 유입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주의 표심, 체질을 아예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은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눈에 띄게 일어났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당선된 원동력을 설명할 때 라티노 유권자의 증가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체로 개방적인 젊은 세대의 지지 못지 않게 주목해야 할 ‘현상’입니다.
콜로라도, 플로리다, 버지니아 주는 모두 공화당 텃밭이거나, 적어도 민주당이 우세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모두 세 주에서 승리했습니다. 오는 11월 민주당이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콜로라도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승리가 점쳐지는 건 의외입니다. 이런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유력한 원인이 앞서 언급한 민주당 텃밭에서 태어난 이들의 이동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인 뉴욕주에서 태어난 인구 2천만 명 가운데 무려 1/6이 공화당 텃밭인 남부에 살고 있습니다. 50년 전에 이 비율은 4% 남짓이었습니다. 2000년 이후로, 레드 스테이트에 사는 블루 스테이트 출신 인구는 25%나 늘어나 1,150만 명, 전체 레드 스테이트 인구의 12%를 차지할 만큼 늘어났습니다. 반대로 블루 스테이트에 사는 레드 스테이트 출신 인구는 840만 명에서 730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대체로 민주당 텃밭과 겹치는 태평양 연안과 북동부 도시들을 아우르는 주에서 집값을 비롯한 생활비가 너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사람들이 꾸준히 이동하고 있는데, 이 지역들은 또 대체로 공화당 텃밭이었던 곳이 많습니다.
물론 캘리포니아 주에서 태어났다고 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정치적 견해는 세월이 흐르면서 바뀌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인구가 하나의 추세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이동하면 그곳의 정치적 지형이 바뀌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수도 워싱턴에 가까운 버지니아 주 북부에 대거 몰려온 북동부 출신 젊은이들이 그곳을 제외하면 대체로 보수적인 버지니아 주 자체를 아예 블루 스테이트로 바꿔버린 게 좋은 예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인구 이동이 민주당에게 무조건 유리한 건 당연히 아닙니다. 유입된 인구 가운데 보수적인 곳에서 온 공화당 지지자들이 더 많은 텍사스나 유타, 아이다호 주 같은 곳도 있습니다.
당장 오는 11월 치러지는 중간 선거는 하원에 이어 상원마저 공화당이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주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민주당 텃밭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꾸준한 이동은 분명 민주당에게는 호재가 될 것입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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