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흑인이 백인에 비해 가난하거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거나, 체포당하거나, 감옥살이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토록 험난한 인생이나마 오래 누릴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맥길대학과 미네소타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인종 간 평균 수명 차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차이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진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90년부터 2009년 사이, 백인과 흑인 간 평균 수명 차이는 남성과 여성에서 모두 8.1년에서 5.4년, 5.5년에서 3.8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더 좁혀진 곳도,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죠. 이 연구는 왜 이와 같은 지역적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시도합니다. 이를테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평균 수명 차이가 별로 줄어들지 않았는데,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엄격해진 금연 정책을 그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실내 공공 장소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고 담배 세금을 증액했지만, 이와 같은 조치들이 흑인 흡연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덜 했다는 것이죠. 또한 건강과 보건에 대한 교육 수준의 차이나, 의료 보험 가입 여부도 여전한 인종 간 평균 수명 차이에 기여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뉴욕에서는 엄격하고 스마트해진 범죄 단속이 이루어지면서 살인 범죄를 비롯한 범죄율이 크게 줄였고, 이 지역 내 젊은 흑인 남성들이 오래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미국 내 흑인 비율이 13%인데, 살인 범죄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흑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럴만 합니다. 또한 뉴욕시가 HIV/AIDS에 대한 캠페인과 환자 지원 확대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면서, AIDS로 사망할 확률이 가장 높은 인종 집단에서 평균 수명을 높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대 미국에서도 인종 간 평균 수명의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놀랍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모두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고 인종 간 차이도 그나마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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