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최근 내어놓은 종교 관련 설문 조사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교회가는 사람이나 매일 기도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현실임에도 스스로를 무신론자로 여기는 사람은 응답자의 2%밖에 되지 않았고, 무신론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가톨릭 신자, 개신교도, 힌두교도, 불교 신자에 대한 시각보다 부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첨단 과학의 땅인 미국은 무신론이 뿌리내리기에 딱 좋은 환경처럼 보입니다. 과학이란 천둥과 지진이 신의 분노라고 생각했던 무지와 어둠의 세월을 밀어내고 등장했고, 과학이 한 걸음씩 발전할 때마다 신의 존재는 조금씩 잊혀져 갔을테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신화”에 불과합니다. 서구에서 과학이 무신론의 성장과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만큼 그 관계가 밀접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과학사의 중요한 장면인 16세기 코페르니쿠스 혁명, 17세기의 과학 혁명, 19세기 진화론의 등장 모두 무신론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는 신부였고, 프랜시스 베이컨은 독실한 신자였으며, 다윈도 진화론자이면서 신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무신론의 등장은 과학보다 정치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근대 유럽 최초의 무신론자는 1729년에 죽은 프랑스의 가톨릭 사제 장 메슬리에였습니다. 그의 죽음 후 친구들이 찾아낸 메슬리에의 초고는 리처드 도킨스의 책이 점잖게 보일만큼 모든 신, 종교, 믿음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 있었죠. 사실 당시 프랑스의 교회에는 분노할 구석이 많았습니다. 철학은 종교에 종속되어 있었고, 종교는 절대 권력을 옹호하는 수단이었으며, “종교 범죄자”들이 고문과 극형에 처해지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데니스 디드로, 클로드 엘베티우스 등 메슬리에의 정신을 이어받은 유럽 최초의 공개 무신론자들은 이성이나 과학의 발전 때문이 아닌, 부패하고 폭력적인 정교 유착 관계에 대한 분노로 무신론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영국에서 우리는 그 반대의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은 프랑스에 비해 딱히 철학적, 과학적으로 세련되지 못했지만, 영국 사회의 지적, 정치적 관용도는 눈에 띄게 높은 편이었죠. 기존의 교회 시스템 내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용인되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반대로 각을 세울 필요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18세기 영국의 회의론자들은 무신론으로 치닫지 않았죠. 로버트 보일이나 아이작 뉴턴 같은 사람들도 과학이 신앙과 양립 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세번째, 미국의 경우를 보면 그림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미국은 19세기 후반 이후 가장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국가였지만, 전세계 무신론의 수도가 되지 못했습니다. 건국의 정신부터가 종교의 자유를 정치적 해방과 결부시켰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헌법에는 “하느님(God)”이라는 단어가 빠졌고, 공무원 시험에도 종교 과목은 빠졌으며, 국가가 어떠한 종교도 지지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미국의 교회는 유럽의 교회와 같은 세속적인 권력을 얻지 못했고, 역설적으로 유럽의 무신론을 부추긴 종교에 대한 분노를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죠.
20세기 들어 무신론의 비극은 오히려 정치적인 권력을 얻은데서 시작되었습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좋은 예죠. 그러나 극과 극은 통하는 법입니다. 러시아, 중국 등 무신론 정권이 반종교를 앞세워 벌인 만행은 한때 종교의 이름 아래 벌어진 일들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종교는 못처럼 세게 치면 칠 수록 더 깊이 파고든다”는 말처럼, 이들 정권도 “신”을 완전히 지워내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냉전 시기 적국이었던 소련의 극단적 무신론은 미국에서 오히려 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1954년에 제정된 국기에 대한 맹세에 “하느님( God)”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고,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를 국가의 모토로 제정해버렸죠.
최근 무신론이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도 미국의 복음주의자와 이란의 시아파 무슬림 등 일부 종교 집단들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 집단이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반작용인 것이죠. 무신론은 과학의 발전에 힘입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나고 있습니다. (Politico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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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지대로라면, 지금 무신론이 가장 많아야 할 곳은 미국 아닐까요? 기성 종교에 대한 반작용으로 무신론이 생기는 거라면, 기성 종교의 폐단이 가장 큰 미국에서 무신론이 성행해야 할 텐데, 현실은 도킨스를 비롯한 영국이나 유럽에서 무신론이 더 많아보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보면 일본에 무신론자들이 많은데 일본은 딱히 기성 종교의 압박이 크지 않은 곳이라서 위 이론에 안 맞습니다. 또 한국은 기성 종교의 폐단이 정말 큰 곳인데도 무신론자가 적습니다........ 결론은 폴리티컬 매거진의 이 기사가 현실에 잘 안맞는 듯 한데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일본이나 한국의 무신론자 비율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를 접한 적은 없지만, 지적하신 지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 및 사회 문제 연구소의 연구원인 필자가 과학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어낸 사람들이 무신론자가 아니었다는데서 착안해 끼워맞추(?)다 보니, 이런 글이 나온 것 같기도 합니다.
애초에 과학자는 과학자가 하는 일을 했을뿐입니다. 그것이 못마땅했던 자들이 민중들의 등꼴을 빼먹던(한정사 입니다. 즉 모든이아니라는의미의 수식어란소립니다) 종교인들이 과학을 종교의 대척점으로 놓은것이죠.신자들이 학교에서 진화론을 배워오면 창세기가 무너지고 신의분노라고 겁을주던 자연현상을 하나하나 분석해서 밝혀나가자 위신이 떨어지고 수익도 권력도 줄어드는게 무서웠겠죠. 과학자가 신을 믿는건 과학이 종교에 패배했다는의미가 되지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학을 과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교황의 권위가 떨어질리가 없는것처럼요.(왜냐면 프란치스코교황은 우라나라의 조용기나 미국의 케이블티비 선교사들처럼 독사같은 거짓말로 권위를 얻은게 아니니까요)
과학은 신에 대해거 말하지 안습니다 신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한적이 없습니다. 왜냐면 신이란 것 자체가 증명 불가능 하기때문에 가치있는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만 기사를 잘 이해하지 못하셨거나 세계사적 논점을 놓치신 것 같습니다. 지금 결과적으로 미국은 유럽보다 종교의 폐단이 많아 보입니다. 유럽이 더 종교인이 적어서죠. 하지만 지금 유럽이 그렇게 된 이유는, 과거에 유럽의 종교가 미국보다 훨씬 더 힘이 강했고, 그 힘이 반발을 일으켰기 떄문입니다. '당시로써는' 미국은 정교분리를 실현했고, 혁명 없이 공교육과 종교를 분리해내는 등 훨씬 더 종교의 정치 참여 및 종교 견제를 잘 한 나라입니다. 유럽은 어땠을까요? 초기의 교황은 로마 황제급의 영향력을 발휘했고, 유럽의 모든 교육은 알파벳부터 볼로냐 대학, 파리 대학 등 대학교육까지 모두 종교가 장악했습니다. 그들의 절대 권력이 (언제나 절대 권력이 그렇듯) 부패하자 그 반감으로 무신론이 태생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이 유럽보다 더 종교적 폐단이 많아 보이는건, 종교가 유럽에서는 (영국같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많이 영향력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미국의 종교 폐단은 과거에 절대권력이던 유럽의 종교세력들의 폐 들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지금 미국이 유럽보다 종교 문제가 많은데 왜 무신론자가 더 적으냐'는 말씀은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보시는 겁니다.
유럽은 십자군이나 마녀사냥 등등 때문에 오히려 더 일찍 정신을 차린게(?) 아닐까요. :)
미국 문화는... 실제로는 무신론자들이지만, '나는 무신론자다.' 라고 말하기 어려운 문화입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아무도 무신론자라고 하지 않고, 우리 부모님은 혹은 우리 가족은, 내가 어렸을때는, 내가 다닌 학교는 어떤 종교야 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한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종교가 없음을 표현하면 대번 비인간적인, 감수성이 매마른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그렇게 '표면상'으로는 종교인이나, 실제로는 무신론자에 가깝다는게 이 글의 배경입니다.
러시아나 중국의 예를 들며 극과 극은 통한다고 말하는건 잘못됐습니다. 그들의 사상을 전개하는데 기존의 종교가 방해되어서 치운 것 뿐이지 무신론을 주장한건 아니니까요. 종교에서는 경전등의 수단으로 '~해라' 혹은 '~하지마라' 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겠지만 무신론에는 어떤 경전도 어떤 가르침이나 명령도 없습니다.
무신론을 종교라고 부르는건 우표를 모으지 않는 것을 취미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과학과 종교가 별개인 것은 맞습니다. 진화론과 창조신앙은 공존할 수 있습니다. 멍청해보여서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