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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보국 전 국장과의 인터뷰 (슈피겔)

유발 디스킨은 이스라엘 국내정보국(신베트) 책임자였다.

[역자주: 유발 디스킨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이스라엘 국내정보국(신베트) 국장을 지냈습니다. 국내정보국은 국외정보국(모사드)과 함께 이스라엘 양대 정보기관으로 꼽힙니다. 그는 지난 7월 24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 모두를 비판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은 동의하기 힘든 내용도 있지만, 온건파 이스라엘인의 생각을 듣는 차원에서 뉴스페퍼민트가 번역했습니다.]

슈피겔: 마침내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 지구에 진입했습니다. 왜 지금입니까? 이 작전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디스킨: 이스라엘로서는 하마스를 압박하는 강도를 높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그 결과 지상군 투입이라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휴전 협상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지상군 목표는 가자 지구 지하 터널을 파괴하는 것과 동시에 정부가 뭔가 하고 있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유권자들은 최근 더 강경하게 침공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주거지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터널 입구를 파괴하는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결과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마스 로켓은 민간인 주거 지역에 숨겨져 있고, 거기에서 발사됩니다.
한가지 희망적인 점은 네탄야후 총리나 모셰 야알론 국방장관, 베니 간츠 참모총장 모두 극단적인 인간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들 중 누구도 가자 지구를 재점령해야겠다고 진지하게 바라지 않습니다. 애초 이 사태는 이스라엘이 기획한 것이 아니라 그냥 끌려 들어간 것뿐입니다. 이 제한적 지상전이 더는 선을 넘지 않고 인구 밀집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슈피겔: 지상전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디스킨: 미래는 이스라엘이 아니라 하마스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하마스는 가자 주민이 공격을 받든 말든 개의치 않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주민들이 고통받는 현실은 달라질 게 없으니까요. 하마스는 민간인 사망을 진심으로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가자 상황을 바꿀 뭔가입니다. 이게 이스라엘을 힘들게 합니다. 터널, 무기고, 은닉 탄약 등을 차례로 없애고 가자 지구를 장악하는데 아마 1~2년이 걸릴 겁니다. 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군사력만 놓고 보면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작전이 끝나면 이스라엘은 대부분 난민 상태인 2백만 인구를 직접 다스려야 합니다.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을 게 뻔합니다.

슈피겔: 하마스는 얼마나 강합니까? 얼마나 오랫동안 로켓을 쏠 수 있을까요?

디스킨: 불행히도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2008~2009년 겨울 <캐스트 리드> 작전 때 우리는 거의 하마스를 붕괴시킬 뻔했습니다. 작전 막바지에 하마스는 거의 궤멸 직전이었죠. 수염을 깎고 도망치는 하마스 대원이 많았습니다. 근데 지금은 이슬람주의자에게 이로운 환경이 됐습니다. 터널은 더 깊고 복잡해져서 수 십 킬로미터에 달해 로켓을 숨기기 좋습니다. 보시다시피 하마스는 자기들이 원하면 언제든 로켓을 쏠 수 있습니다.

슈피겔: 본질적으론, 가자 주민들이 하마스를 지지하게 된 게 이스라엘 때문 아닐까요?

디스킨: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가자 주민은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제 더 잃을 게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슈피겔: 휴전 협상이 실패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직접 대화하는 것은 어떤가요?

디스킨: 그건 불가능합니다. 중개자는 양쪽에 신뢰를 줘야하는데 이집트가 이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이집트의 협상 자세는 과거와 달리 서투릅니다. 이집트는 중재자라는 위치를 이용해 하마스에 굴욕을 줬습니다. 하마스에 “이봐, 먼저 동작 그만하고 48시간 뒤에 대화 시작하자”는 식으로 말해선 안됩니다. 이집트는 더 관대한 요구를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라파에서 이집트를 연결하는 국경을 연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스라엘도 양보해야 하고 주민의 이동 자유를 넓혀줘야 합니다.

슈피겔: 하마스가 최근 사태를 일으켰다고 보시나요?

디스킨: 하마스 역시 이 전쟁을 원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 그렇듯, 사태는 의도와 다르게 흘러갑니다. 처음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 청소년 3명이 납치되며 사건이 시작했습니다. 제가 알기론 하마스는 이 사건이 터지자 당황했습니다. 그 납치는 하마스가 기획하거나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슈피겔: 하지만 네탄야후 총리는 하마스가 연루되어 있다고 발표하고 서안 지구에서 하마스를 탄압하는 데 그 납치 사건을 이용했습니다. 하마스-파타 연합정부도 같이 탄압했죠.

디스킨: 예.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사작전이 확대되자, 가자 지구의 과격파들이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쏘았고, 그 대응으로 우리 공군이 가자지구를 폭격했습니다. 하마스는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로켓 발포를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소년이 납치되어 사망한 일이 생겼고 그 사건은 하마스 로켓 공격에 정당성을 줬습니다.

슈피겔: 이스라엘 극우파가 살해한 무함마드 아부 크다이르는 테러 희생자입니다. 하지만 왜 이스라엘 국내정보국(신베트)은 아랍인이 테러를 저질렀을 때와는 달리, 이번 테러에 대해선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습니까?

디스킨: 우린 유대인 극단주의자를 상대할 수단이 마땅히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에 군법을 적용하지만, 유대인 정착민에는 민법을 적용합니다. 설사 유대인 테러범을 체포했다고 하더라도 법정에 세우고 감옥에 넣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법원은 피의자가 유대인일 때는 처벌을 어렵게 합니다.

슈피겔: 이스라엘 정부는 처음 어떻게 대응하는 게 나았을까요?

디스킨:하마스-파타 연합 정부를 공격한 것은 네탄야후의 실책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좀 더 정교하게 대응했어야 했습니다.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더 세련된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슈피겔: 최근 가자 지구 유혈 사태가 계속되면서 제3차 인티파다(봉기) 가능성이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습니다.

디스킨:인티파다는 미리 조직되는 것이 아니므로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팔레스타인 주민이 이제 지쳤을테니 평화를 원하겠지라는 식의 단순한 낙관론에는 저도 회의적입니다. 그들은 결코 이스라엘 식민지라는 현 상태를 수용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이 자기 처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게 되면 극단적인 성향으로 변합니다. 그게 인간 본성이고, 가자 지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폭발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슈피겔: 세 아들이 군에 복무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이 걱정되십니까?

디스킨: 넷째는 예비군에 있습니다. 저도 물론 자식을 염려하는 부모 중 한 명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저는 평생 나라를 지키며 살았고 자식들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진짜 안보는 오직 평화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강력한 군사력과 상관없이 이웃과 평화를 이룰 방법을 찾아 협상해야 합니다.

슈피겔: 협상은 매번 실패하고 있습니다.

디스킨: 예. 오슬로 협정을 맺던 1994년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때는 진짜 지도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분들이 없습니다. (극우 유대인에게 암살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그중 한 명이었지요. 그는 자신이 값을 치를 걸 알면서도 끝까지 팔레스타인과 협상을 더 진전시키려 애썼습니다. 또 당시엔 팔레스타인에 야세르 아라파트라는 지도자가 있었습니다.

슈피겔:  당신은 팔레스타인 영토에 세워지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이 곧 해체 불가능하게 고착될 것이고 그게 두 국가 해법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디스킨: 정착촌 문제는 복원 불가능한 지점에 거의 가까이 와 있습니다. 정착촌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서 설사 정치적 의지가 작동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물리적으로 해결이 어려워졌습니다. 아울러 이 정부는 과거 그 어떤 정부보다 많은 정착촌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슈피겔: 결국 해결책은 뭘까요?

디스킨: 작은 부분에서 한 걸음씩 성취를 이뤄야 합니다. 팔레스타인 진영도 약속을 지켜야 하고 중동 4자회담의 합의 내용을 수용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즉시 정착촌 건설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은 유일한 해결책은 단일 국가로 합치는 것인데 이건 몹시 나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슈피겔: 한 이스라엘 국회의원이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은 다 적이다”라는 글을 써서 파문이 일었습니다.

디스킨: 그런 증오와 이 선동은 과거에도 횡횡했습니다. 하지만 전에는 그게 진짜 현실로 나타날 거라고 믿긴 힘들었지요. 무함마드 아부 크다이르 살해 사건처럼 소년의 폐 속에 기름을 집어넣고 산 채로 불태워 죽인다는 건…… 저는 이 자들이 한 짓을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나프탈리 베넷같은 사람들과 극단주의 정치인, 랍비들이 이런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자기 유권자만 챙기며 이스라엘 사회와 국가 전체에 미칠 장기적 효과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습니다.

슈피겔: 이스라엘이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디스킨: 미안한 말이지만 그렇다고 봅니다. 저는 제 조국이 경제 제재를 겪기를 원하지 않지만, 이 정부가 그런 미래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슈피겔: 이스라엘에 당신처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나요?

디스킨: 국내정보국, 국외정보국, 군부에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5년이 지나면 우린 외톨이가 될 겁니다. 독실한 시오니스트들이 정치권력과 군부 요직을 점점 차지하고 있습니다.

(Der Spi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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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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