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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관람객에 몸살 앓는 유럽의 박물관

휴가철마다 몰려든 인파에 몸살을 앓는 곳은 있기 마련입니다. 유럽의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도 예외는 아닙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Louvre)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인 모나리자가 있는 전시실은 출근길 만원 지하철이 떠오를 정도로 발디딜 틈조차 없습니다. 작품을 감상할 틈도 없이 사진만 후다닥 찍고 떠나는 게 상책일 만큼 복잡하죠. 지난해 루브르 박물관 입장객은 총 930만 명. 아시아와 동유럽에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관광객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영 박물관과 피렌체의 우피치(Uffizi) 미술관 등 유명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이름 있는 박물관, 미술관은 갈수록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문제는 작품을 전시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박물관의 기능, 즉 작품을 보존하는 일이 지장을 받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데 있습니다. 주요 박물관들은 관람 시간에 제한을 둔 입장권을 팔거나 개장 시간을 늘려 입장객을 분산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예배당에서는 첨단 온도조절기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오는 10월이면 설치가 완료될 예정인데, 하루 평균 2만 2천 명, 동시간대에 평균 2천 명의 입장객이 뿜어내는 열기와 습기로부터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보존하기 위해서입니다. 바티칸 박물관장인 파올루치(Antonio Paolucci)는 “천장화를 보존하는 것만 고려한다면 입장객에 제한을 둬야 하겠지만, 가톨릭 신도들에게 종교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공간이기에 고육지책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대중에게 예술 작품을 전시해 보여주는 건 박물관 본연의 임무라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일하는 실란테바(Nina Silanteva)는 “관람객의입장을 제한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없다. 겨울의 경우 외투를 보관하는 옷장이 꽉 차지 않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박물관의 주요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있게 되면 작품이 손상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작품이 직접적으로 훼손되지 않더라도, 너무 많은 이들이 몰리는 것 자체가 작품을 감상하는 데는 큰 걸림돌이 됩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박물관 내부에서 소매치기가 너무 극성을 부리자, 경비원들이 인력을 늘려달라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피렌체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루시디오(Patricia Rucidio) 씨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이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가는 건 악몽이 되어버렸다고 말합니다. 특히 올해부터 작품을 사진으로 찍는 게 허용된 뒤로 유명한 작품들 앞은 흔적을 남기려는 관광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습니다. 동시 입장객 수를 98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우피치 미술관 매표소 앞에 늘어선 줄을 따라서는 암표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대영 박물관의 기획 전시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의 입장권 가격은 2만 5천 원이었는데, 인터넷에서 암표값이 4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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