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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판 괴벨스, 단어의 마술로 미디어를 속여라

이스라엘을 위한 언론 전략 비밀보고서를 쓴 프랭크 런츠 박사

이스라엘 대변인들은 하마스 로켓 공격으로 자국민 3명이 사망하는 동안, 어떻게 이스라엘군이 가자 팔레스타인 주민 1천 명 이상을 살해할 수 있는지 해명하느라 바쁩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의 죽음에 무덤덤하기만 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요즘 이스라엘 대변인들은 능수능란하고 부드럽습니다.

이스라엘 대변인실의 홍보 기술이 발전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대로 인용해 말하자면, ‘미국, 유럽 미디어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가 비밀리에 철저히 연구한’ 어떤 보고서를 각본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공화당 여론 전문가이자 정치 전략가인 프랭크 런츠 박사가 집필한 이 보고서는 <이스라엘 프로젝트>라는 단체가 “이스라엘을 위한 미디어 전쟁(media war)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위해 5년 전 주문한 것입니다.

112쪽 분량의 책 모든 페이지마다 “배포 및 출판 금지”라는 도장이 찍혀있습니다. 이유는 뻔합니다. 공식적으로 <이스라엘 프로젝트의 2009년 글로벌 언어 사전>이라는 제목을 단 이 보고서는 언론인을 비롯해 이스라엘 정책에 관심 있는 모든 이가 꼭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 관료와 정치인이 진짜로 믿는 것과 그들이 말하는 것 사이의 간극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을 위해

프랭크 런츠 박사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 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스라엘 대변인이 어떤 표현을 써야 미국인이 듣기 좋아할지 알차게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은 국경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문장을 쓰면 미국인이 좋아할 거라고 추천합니다. 하지만 그 국경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는 말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1967년 이전 국경인지 이후 국경인지를 언급하게 되면 과거 이스라엘 군사 작전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1967년이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이스라엘의 국경을 지킬 권리’를 지지하는 비율은 89%에서 60%로 떨어진다고 런츠 박사는 설명합니다.

1948년 추방된 팔레스타인 난민이 고향으로 돌아올 권리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할까요? 여기 런츠 박사의 교묘한 조언이 있습니다. “난민 문제는 이스라엘이 효과적으로 답변하기 힘든 주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이 무슨 답을 하든 1950년대 분리주의자와 1980년대 아파르트헤이트(구 남아공의 인종분리정책) 지지자가 주장한 ‘분리하되 평등하게'(separate but equal)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분리하되 평등하게’라는 개념을 좋아하지도,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럼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런츠 박사는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요구”라고 고쳐 부르도록 조언합니다. 미국인은 자꾸 뭔가를 요구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현재 자기 땅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 영토를 요구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죠. 또 미국인이 ‘대량 이민'(mass migration)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이라는 점에 주목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스라엘을 향한) 대량 이민”이라는 단어를 쓰면 팔레스타인 쪽에 불리하게 작용할 거라고 친절히 귀띔해줍니다. 만약 이 방법도 먹히지 않으면 난민 문제는 “미래 언젠가 최종 합의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모호하게 미루면 됩니다. 난민에 집착하는 것은 “평화 협상을 탈선시킬 것”이라고 회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팔레스타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단어를 골라 쓰라

이 보고서는 2008년 12월~ 2009년 1월에 걸쳐 팔레스타인인 1천387명과 이스라엘인 9명이 죽은 <캐스트 리드> 작전 이후 이스라엘의 대 서구 미디어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왔습니다. 이 소책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를 평화의 장애물로 묘사해 고립시키기”라는 주제에 한 장 전체를 할애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7월 6일 이후 현재 진행 중인 <프로텍티브 엣지> 작전에선, 이 조언을 따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마스는 시리아 전쟁을 두고 이란과 다툼이 있었고, 이란 정부와 아무런 사전 접촉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스라엘 침공 덕분에, 최근 며칠 전부터 우호 관계가 회복되는 중이죠.

한편 런츠 박사는 이스라엘 대변인이 기자회견 때 어떤 어조와 태도를 보여야 할 지도 세심하게 조언합니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해하는 듯한 표정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꼭 양쪽 모두에게 공감을 표시하라”는 겁니다. 이것이 왜 요즘 몇 몇 이스라엘 대변인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고통에 거의 눈물을 자아내는 표정을 짓는지 설명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이스라엘 대변인이 언제나 ‘팔레스타인과 공존하는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을 강조하라고 말합니다. 미국인 대다수가 이런 모습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과 공존하는 평화를 원하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도록 기자회견을 설계하라는 게 보고서의 조언입니다. 물론 보고서는 이스라엘 정부가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아무튼 미국인 78%가 이 해법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진짜 속내를 감추라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경제 개선이 우선이라고 화두를 돌리라고 합니다. 이 조언을 따랐기 때문인지 최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지역 번영을 위해 그 동안 한 게 뭐냐?”라고 물었습니다. 물론 가자지구 민생이 파탄 난 진짜 이유는 이스라엘이 7년동안 철저히 경제 봉쇄를 했기 때문이지만 말이죠. (The Indepen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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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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