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 두 가지 직업을 거쳤습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작은 커피 회사에서 바리스타로 일했고, 다국적 대규모 법률 회사에서 법무 보조직으로도 일했죠. 굉장히 달라 보이는 두 회사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급여에 대해서 말하는 게 금지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법률회사에서는 연봉 협상 시 처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회사의 규모나 실적에 비해 제게 제시한 연봉이 낮다고 생각했고, 인사 담당자와 협상을 하려 했습니다. 인사 담당자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답했고, 추후 더 논의하기로 마무리했습니다. 인사 담당자는 미팅 막바지에 마치 아들한테 조언하듯 친절하게 제게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오늘 이야기한 연봉 정보를 공유하면 안 된다는 건 알죠? 직원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정보 유출은 잘리는 이유가 될 수 있어요.”
데자뷰 같았습니다. 석 달 전 커피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거든요. 동료 중 하나가 팁에서 급료로 받는 비중이 우리보다 적다는 걸 알고 불평하자 상사는 그녀의 근무 시간을 줄여버렸습니다. 심각한 일이기에 저도 상사에게 면담을 요청했죠. 그는 “이 가게 주인은 돈에 관해 논하는 걸 싫어한다”며, “더 이야기하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두 기업 모두 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1935년 제정된 전국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 이른바 와그너 법에 따르면 모든 노동자는 단체를 조직하여 임금, 업무시간, 기타 고용 조건을 교섭할 권리가 있습니다. 제가 일한 일리노이 등 6개 주는 임금을 논의할 권리도 법에 명확하게 명시했습니다. 임금을 논의하려 했다고 해고 등을 언급하며 협박하는 것은 명백히 법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연봉에 관해 함구하는 것은 미국 사회 전반에 통용되는 암묵적인 규칙입니다. 여성정책 연구기관에 따르면 미국 회사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동료들과 연봉을 논의하는 게 금지돼 있거나 논의할 경우 암묵적인 제재를 받습니다. 사기업의 경우 해당 수치는 61%까지 올라가죠. 전국노동관계법이 이빨 없는 호랑이처럼 강제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회사들은 왜 연봉 정보를 공개하기 싫어할까요? 같은 일을 하는 동료가 자신과 다른 급여를 받는다는 걸 알게 되면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따라오는 건 당연합니다. UC 버클리의 데이비드 카드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교직원 연봉 정보를 공개한 뒤 평균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의 만족도는 변함이 없었으나 평균 이하를 받는 사람들은 불만을 가지고 새 직업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고용주로서는 정보를 숨기는 게 직원의 사기를 관리하는 데 유리하죠.
그러나 문제는 연봉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게 차별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직장에서 상대적으로 임금을 적게 받는 건 여성과 유색인종입니다. 2009년 남녀간 임금 차별을 금지한 ‘릴리 레드베터 공정임금법(Fair Pay Act)’의 시초가 된 릴리 레드베터는 자신이 일을 한 30년 동안 동료들보다 임금을 적게 받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연봉 정보가 베일에 싸여있었기 때문이죠. 미국의 직장들은 여전히 ‘남성은 집안의 가장’이라는 생각에 따라 남성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연봉 협상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임금 정보를 함구하는 것이 직접적으로 임금 차별을 낳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차별을 지속하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건 확실합니다. 오바마 정부는 직장 연봉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연방 정부와 일하는 기관은 직원들의 연봉을 공개하고 직원들이 받는 보너스 정보까지 인종, 성별 정보와 함께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임금 공정법(Paycheck Fairness Act) 등 법안도 활발히 제안하고 있습니다.
설사 법이 보장하더라도 예민한 임금 정보를 동료와 논의하는 건 매우 민감하고 사적이라서 불편한 소재입니다. 그러나 좋은 근무 조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연봉과 보너스 등 근무조건에 대해 열린 공간에서 활발하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가 자신의 근무조건을 정확하게 이해할 때 이를 개선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The Atlantic)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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