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보복공격의 수위를 연일 높여가고 있습니다. 양측의 분쟁과 갈등은 힘이 엇비슷한 세력 사이의 충돌이라기보다는 한쪽의 일방적인 공격이라는 걸 각종 수치와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만,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서방 언론들은 ‘균형 보도’라는 이름 하에 계속해 온 이스라엘 편들기를 이번에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오웬 존스(Owen Jones)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쓴 칼럼을 소개합니다.
“우리(이스라엘)에게 날라오는 하마스의 로켓은 정확도도 한참 부족한 고물입니다. 우리에겐 대피소와 잘 정비된 경보 체계는 물론 아예 철로 된 방공호까지 있습니다. 이스라엘 군의 가공할 만한 폭격을 받고 있는 가자지구 사람들에겐 뭐가 있나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맨몸뚱이로 죽음 앞에 내몰려있는 셈입니다.”
텔아비브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 추르코프(Elizabeth Tsurkov) 씨가 트위터에 남긴 말입니다. 양측의 전력 차이는 사상자 숫자에서도 드러납니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 27명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옮긴이: 사상자 숫자는 매체마다 숫자가 다르지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공격에 숨진 이스라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매번 양측의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여러 가지 비유가 등장하지만, 권투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이 갓난아기를 앞에 두고 두들겨 패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왜 때리냐며 말리려는 이들에게 타이슨은 태연히 말합니다. “이 아기가 내 얼굴에 침을 뱉었어요.”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방공호 안에서 느끼는 공포와 절망도 간과되어선 안 될 겁니다. 하지만 갈등이 폭력으로 비화될 때마다 훨씬 큰 피해를 보는 건 약한 팔레스타인 쪽입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가 어젯밤 뽑은 헤드라인의 뉘앙스는 많이 달랐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새로운 공세 앞에 놓였다(Israel under renewed Hamas attack)”였죠. 사람의 목숨값이 국력에 따라 다르다고 노골적으로 쓰지는 않지만, 마치 이스라엘 사람의 목숨이 팔레스타인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전제를 깐 듯한 제목입니다. 이스라엘의 한 인권단체의 데이터를 보면, 2009년 1월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사람의 숫자는 565명, 반대로 팔레스타인의 공격으로 숨진 이스라엘 사람은 민간인 28명, 보안요원 10명입니다. 숫자만 보면 힘의 우열이 명확하지만, BBC의 제목에는 이런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거죠.
이스라엘 청년 3명이 납치된 뒤 살해된 사건이 이번 공습의 표면적인 시발점이 됐다는 건 수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3명이 사라진 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을 공습해 어린이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6명이 숨졌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 (Amnesty International)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처사라고 밝혔습니다. 하마스는 납치 살해를 명백한 목표로 테러 행위를 저지르고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을 할 뿐이고,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되는 건 이스라엘 군이 의도하지 않은 거라고 정당화하는 언론도 있을 겁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의 행동은 자의적인 집단 보복일 뿐이며 이 과정에서 법도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반인권 행위가 잇따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뭐라고 반박할 건가요? 고상한 인권 따지고 있는 빨갱이 소굴이 휴먼라이츠워치라고 깎아내릴 건가요?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 구조적인 진실을 적극적으로 고발하는 언론이 되도록 BBC를 감시해야 하는 건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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