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있는 것이 판사들(judges)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로체스터 대학의 마야 센(Maya Sen) 교수와 하버드 대학의 아담 글린(Adam Glynn)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딸을 가진 판사들일수록 아들만 있는 판사들에 비해서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임명한 남자 판사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판사들이 판결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을 법 조문과 정치적 이념(ideology)이라고 여겨 왔습니다. 하지만 센 교수는 이번 논문이 세 번째 요인, 즉 개인적 경험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딸이 있는 것과 같은 요인들은 실제로 판사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죠. 그리고 그것이 이들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연방 고등 법원(Federal Appeal’s Court)에서 근무하는 224명의 판사들이 내린 투표 데이터 2,500개를 분석했습니다. 딸이 있는 판사들은 (아들만 있는 판사들, 또는 자식이 없는 판사들에 비해) 여성 권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판결을 내릴 확률이 7% 높았습니다. 딸이 여러 명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자녀가 한 명인 판사들 사이에서만 효과를 비교했을 때 외동딸이 있는 것은 외동아들만 있는 경우에 비해 여권 신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판결할 확률이 16%나 높았습니다. 두 저자는 224명의 판사들이 내린 판결 중 3,000개를 무작위로 골라 딸을 가진 것과 진보적인 성향의 판결을 보이는 것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는지 살폈지만 상관관계는 없었습니다. 이는 딸을 가진 것이 성(gender)과 관련된 민사 판결에서만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딸을 가진 것이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른 연구들도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딸이 있는 의원일 수록 진보적인 투표를 하는데, 특히 이러한 성향은 낙태와 관련된 법안에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다른 연구는 딸을 가진 영국 부모일 경우 진보적 성향의 정당에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고 아들을 가진 부모의 경우 보수적인 성향의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센과 글린 교수는 논문에서 딸이 있는 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이유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판사들은 아마도 자신의 딸을 피해(harm)로부터 보호하고 싶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딸이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치는 이슈는 고용 차별과 같은 민사 사건에만 제한되어 있었고 성폭행이나 성희롱과 같은 형사 사건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혹은 딸들이 아들들에 비해 좀 더 진보적이고 따라서 부모님이 진보적인 방향으로 판결을 내리도록 설득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딸을 가진 효과가 민사 소송에만 국한되는 것을 볼 때 이 역시 만족스러운 설명은 아닙니다.
저자들은 판사들이 딸이 실직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경제적 이해 관계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고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센 교수는 긴스버그(Ginsburg) 대법관의 발언이 가장 만족스러운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딸을 키워본 판사들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특히 대학 입학시험, 직장에서의 공평한 급여, 그리고 육아와 같은 문제들에 끊임없이 직면해야 하는 젊은 여성으로서의 삶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2003년에 미국 대법원은 가족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연방법을 어긴 네바다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직장인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당시 대법원장인 렌퀴스트(Rehnquist)는 오랫동안 각 주의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해 온 인물로 소송을 건 직장인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직장인들의 손을 들어줬고 판결문에서 그는 “여성이 가족과 관련된 집안일 대부분을 맡아야 한다는 선입견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가 이 판결을 내릴 때 그의 딸 중 한명은 이혼한 상태로 생계와 육아를 병행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이 소송이 진행되던 시기에 자신의 손녀들을 학교에서 데려오기 위해서 대법원에서 일찍 퇴근하기도 했습니다. 센 교수는 이번 연구가 판사들이 기계가 아니며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개인의 경험이 이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딸이 있고 없고는 개인적 경험 중 하나입니다. 판사가 군대 복무 경험이 있는지, 입양을 한 적이 있는지, 혹은 자신의 밑에서 일을 하던 판사 서기(law clerk) 중에 동성애자가 있었는지 등의 다른 종류의 경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든 경험들이 판사들의 세계관과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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