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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사 노조, 위기의 시대

한때 미국에서 정치력이 가장 센 조직이자, 민주당의 든든한 동반자, 교육 혁신의 원동력으로 여겨졌던 교사 노조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주, 캘리포니아에서 교사들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판결이 나온 것은 결정적인 타격이었습니다. 미국의 양대 교사 노조인 전미교육협회(NEA: 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와 미국교사연합(AFT: 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은 지금까지 예술 교육 강화, 표준화 시험 횟수 줄이기, 평등한 예산 분배와 같이 많은 미국인들이 지지하는 대의명분을 앞세워왔습니다. 한편, 노조로서 노조원들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인데, 문제는 노조원 보호 정책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교사의 능력이나 성과와 관계없이 젊은 교사들을 우선 정리해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을 예로 들 수 있죠. 지난주에 판결이 난 재판에서도 교사의 정년 보장이 빈곤 계층, 소수민족 학생들에게 해가 된다는 프레임이 짜여졌기 때문에 기존에 교사 노조를 옹호해왔던 민주당과 진보주의자들도 섣불리 교사 노조의 편을 들 수 없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교사 노조의 재정 상태를 크게 약화시킬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교사들은 공식적으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노조의 단체교섭권으로 인해 혜택을 누리면 회비를 내야했지만, 이 관례가 뒤집힐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이미 회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양대 노조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사 노조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오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교사 노조에 맞서기 위한 “부모 조합”이 결성되기도 했습니다. 이 단체는 큰 어려움 없이 기부금을 끌어들일 수 있었죠. 그만큼 교사 노조에 대한 반감이 강했다는 뜻입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사 노조가 공공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한 미국인이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12%p나 늘어나 43%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선생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노조의 역할은 그대로이며, 정치적인 공격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양 노조의 내부에는 타협과 협상을 주장하는 온건파와, 강력한 대응을 주장하는 강경파 간의 대립이 진행형입니다. (Polit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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