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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를 조장하는 홍콩의 영어 교과서

홍콩의 한 영어 교과서가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홍콩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한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교과서 사진을 보면, 여러 국적의 사람들 아래 설명을 달아놓고, 이 사람이 어느 나라 사람인가로 빈칸을 채우는 연습 문제가 나와 있습니다. “나는 홍콩에서 스시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는 ___입니다”라는 문제에는 빈칸에 “일본인”이라고 적는 식입니다. 그런데 영국인은 영어 선생님이고, 중국인은 샹하이가 고향인 반면, 필리핀인은 가정부라고 쓰여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죠. 심지어 이 블로거가 찍어 올린 교과서는 교사용이라 빈칸에 “정답”이 쓰여있습니다. 해당 블로그 포스트는 교사, 학부모 사이트 등으로 퍼져나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트위터에서도 교과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습니다. 이 블로거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또 다른 교과서도 소개했는데, 여기에는 피부색이 검은 사람, 하얀 사람, 노란 사람, 붉은 사람 별로 특성을 알아보자는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큰/작은 코, 두꺼운/얇은 입술, 낮은/높은 코 등 각 인종별 외모와 관련된 선입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홍콩은 한때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과 배척으로 비난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도 소수 민족 학부모들이 자녀가 학교에서 주눅드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1999년에는 교과서와 교재에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자체 연구 보고서도 나온 바 있습니다. 당시 보고서를 냈던 홍콩기회평등위원회(Hong Kong Equal Opportunities Commission)는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이 화제가 되자, 성명을 통해 “교과서는 어떠한 선입견도 강화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필리핀 외무부 대변인은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습니다. (Aljaze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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