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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바리우스는 그냥 평범한 바이올린 중 하나?

스트라디바리우스(The Stradivarius) 바이올린의 이름의 유래는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의 이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737년 그가 사망했을 때 최고의 바이올린을 만들던 그의 기술도 함께 세상에서 없어졌습니다. 그 누구도 그가 만들었던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의 소리를 똑같이 낼 수 있는 악기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가 만든 악기들은 신화적인 가치를 가진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오늘날 그가 만든 악기의 가격은 경매에서 수천만 달러를 호가합니다. 그가 만든 비올라는 곧 소더비에서 경매에 부쳐질 예정인데 예상 낙찰가는 4,500만 달러입니다.

하지만 스트라디바리우스가 갖고 있는 명성의 얼마만큼이 정말 바이올린의 품질, 즉 소리의 탁월함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또 가격의 얼마만큼이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사람들의 믿음, 즉 브랜드 가치 때문에 매겨지는 것일까요? 2010년에 연구자들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포함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한 무리의 연주자들을 불이 희미하게 켜진 호텔 방으로 데려가 최근에 만들어진 바이올린과 오래된 바이올린을 섞어서 연주하도록 했습니다. 이 바이올린들 중에는 두 대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는 동안 어떤 바이올린을 자신들이 들고 있는지를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연주자들에게 용접용 고글을 쓰게 했습니다.

이 실험에 참여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명인 존 솔로닌카(John Soloninka)는 자신이 연주한 바이올린이 최근에 만들어진 바이올린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추측은 완벽히 어긋났습니다. 실험 결과 연주자들은 최근에 만들어진 바이올린으로부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구분해내지 못했습니다. 연주자들에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바이올린을 고르라고 했을 때 승자는 오히려 최근에 만들어진 현대식 바이올린이었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바이올리니스트 얼 칼리스(Earl Carlyss)는 “이 실험은 마치 포드 자동차와 페라리를 월마트 주차장에서 비교하는 것과 같다”라고 평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같은 실험을 더 많은 종류의 바이올린과 실력이 더 뛰어난 연주자들과 더 나은 장소에서 반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즉 이번에는 호텔 방이 아니라 콘서트 홀에서 실험을 진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여전히 연주자들이 최근에 만들어진 현대식 바이올린과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구분한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실험의 결과는 일말의 해방감을 주었습니다. 왜냐면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최고의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을 사기 위해서 수천만 달러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실험을 진행했던 연구자 중 한 명인 조셉 커튼(Joseph Curtain)은 어떤 면에서 이 실험 결과가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그 역시 바이올린을 만드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슬픈 이유는 환상이 깨졌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을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같은 명품 바이올린의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데 썼어요. 과연 저는 무엇을 열망했던 것일가요?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때때로 당신이 미신의 정체를 드러낼 때 당신은 스스로가 깨져버린 미신을 좋아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NPR Planet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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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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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실험에서 어떤 연주자는 다들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지목한 바이올린이 실은 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자, 그 바이올린을 어느 회사에서 만든 것인지 궁금해했다죠. 하지만 만약 저 연구결과를 발표한 논문에서 그 바이올린을 만든 회사를 공개했었다면,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자 실시한 맹검실험이 결국은 또다른 선입견을 만드는 결과가 나왔으리라고 봅니다. 아마도 그래서 저 연구자들은 바이올린을 만든 회사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겠지요.

  • 첫 문단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가격이 수천억 달러를 호가한다는 부분은 실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1년 예산 정도의 가치를 악기 하나에 매길 수 있나 싶어 원문을 참조했더니 수천만 달러로 옮기려다 깜빡하신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주제넘은 참견이지만 "소더비는 그가 만든 비올라를 곧 경매에 부칠 예정"이라는 부분을 저는 한참 오해했습니다ㅠㅠ 앞 문장의 "수천억 달러"라는 언급 때문에 소더비는 현대의 악기 장인이고 그의 악기는 4500만 달러에 팔리는 것에 비해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수천억 단위로 팔린다는 대조의 의미인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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