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영한국

아시아의 유급 생리휴가, 정당할까?

미국에서라면 “나 생리 시작했어” 라는 말이 어느 곳에서도 핑계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이에 비해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에는 “생리휴가” 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도 생리 휴가가 남녀 평등을 보장하는 정책인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입니다. 생리 휴가는 임신 휴가처럼 당연한 생리학적 요구를 인정하는 걸까요? 오히려 여성을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취약한 존재로 치부하며 차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생리휴가의 개념이 처음 도입된건 세계 2차대전이 끝난 1947년 일본이었습니다. “여성 해방의 상징이었어요.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었죠.” 대만에서는 2013년 처음으로 연 3일 유급 생리휴가, 연 30일 부분 유급 휴가(봉급의 반절 보장) 를 법으로 보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생리휴가를 연 30일 병가 제도 아래에 포함시키려 했으나 여성 인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3일 별도 생리휴가가 만들어졌지요. 인도네시아에서는 생리휴가를 법으로 월 2회 휴가로 지정하고 있으나 실제 생리하고 있음을 ‘증명’ 하라는 고용주가 많아 유명무실한 제도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2001년 이래 생리휴가를 보장하였으나 대학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데에는 실패하였고, 역차별이라는 공격도 받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생리휴가 제도는 반드시 여성을 보호한다기보다 생리 때 잘 쉬어야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다는 미신에서 비롯되어 오히려 여성을 ‘아기 낳는 도구’ 쯤으로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더하죠. “생리기간 동안 여성은 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습니다. 구급차를 부르는 경우도 왕왕 있죠. 이 고통은 육체를 피로하게 하고 기억력을 감퇴시키며 업무 능력을 마비 시키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짜증을 유발합니다.” 러시아의 생리휴가 발의 시에는 심하게 여성 비하적인 표현이 사용되어 페미니스트들까지 반대하는 일이 있었죠.

생리휴가가 잘 갖추어진 국가에서도 여성들은 본인이 생리 중이라는 것을 알리고 자신의 약점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부담스러워합니다. 실제로 여성의 20%만이 생리통을 호소하기도 하고요. 진짜 문제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병가가 굉장히 눈치보이고 쓰기 힘든 휴가라는 건지도 모릅니다. (The Atlantic)

원문보기

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Recent Posts

미국 대학 캠퍼스 시위를 외면할 수 없는 ‘바이든의 딜레마’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시작된 반전 시위가 2주를 넘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학 측이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23 시간 ago

중국과 미국이 기술 협력한다? 이게 쉽지 않은 이유

중국은 최근 환경 기술 분야에서 눈부신 진전을 이루며 글로벌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시진핑의…

2 일 ago

[뉴페@스프] 곧 닥칠 ‘고령 사회’,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4 일 ago

“숨 쉬는 건 범죄가 아니다”…노숙도 마찬가지? 간단치 않은 사정들

미국 연방대법원이 노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숙자를 처벌한 지방 정부(시 정부)의 행동이 위헌이라는 사건에 관해 이번…

5 일 ago

[뉴페@스프] Z세대 가치관에 문제 있다? 그런데 부모인 X세대가 더 문제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7 일 ago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가 이 정도였어? 뜻밖의 결과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자연 재해는 우리에게 더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아예 "기후 재해"라는 말이…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