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명품점이라 불리는 비싼 사치재 가게에서 점원에게 (여기서 물건을 살 만한 돈도 없어 보이는데 왜 오셨냐는 표정과 말투로) 은근히 무시를 당하면 소비자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화를 내거나 속으로 발끈하며 분해 하겠죠. 그리고 나서는 욕을 내뱉으며 가게를 박차고 나올까요? 아니면 점원에게 과시라도 하듯이 물건을 사며 재력을 과시할까요? 최근 발표된 한 연구 결과, 해당 브랜드를 동경하고 어떤 물건이 마음에 들어 사고 싶던 손님의 경우에는 명품 가게에서 무시를 당했을 때 후자의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도 이 정도 살 수 있어. 나도 이 브랜드에 어울리는 소비자라고!’ 이런 류의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죠.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있습니다. 우선, 이런 소비자의 심리가 흔히 명품 가게로 불리는 비싼 물건을 살 때만 적용됩니다. 중저가 브랜드에 청바지나 티셔츠를 사러 갔는데 점원이 쌀쌀맞게 군다면 그냥 기분만 상해서 나올 거라는 점입니다. 또, 소비자들이 시장 조사의 설문 항목에 응답할 때와 실제로 돈을 쓰는 항목, 성향, 기준은 굉장히 다르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말로는 그 물건이 좋아보이니 사겠다, 또는 너무 비싸서 안 사겠다고 해놓고 실제 가게에서 물건을 사게 될 때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를 은근히 무시함으로써 지갑을 열게 만드는 방법이 매장을 방문했을 때의 감정을 자극해 물건을 사게 만드는 데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에 대한 인상을 악화시켜 소비자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밴쿠버에 있는 소더 경영대학원(Sauder School of Business)의 달(Darren Dahl) 교수와 남부감리교대학 콕스 경영대학원(Cox School of Business)의 워드(Morgan Ward)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을 매장에 데리고 가 직접 점원과의 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하려 했지만, 어떤 브랜드로부터도 실험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대신 서면으로 여성 350여 명에게 명품 브랜드 세 곳(루이비통, 버버리, 구치)과 중저가 브랜드 세 곳(아메리칸 이글, 갭, H&M)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상황을 알려준 뒤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답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결과는 앞서 설명한대로, 명품 가게에서는 원래 그 제품을 구매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이들은 쌀쌀맞은 직원이 나왔을 때, 실제로 그 물건을 살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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