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이타닉>에서 선장이 배와 함께 운명을 달리하는 장면이 소개된 이후, 선장은 침몰하는 배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선장 2명이 자신의 배와 겁에 질린 승객들을 두고 먼저 탈출했습니다. 이탈리아의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에 이어 한국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준석 선장이 침몰하는 배에서 여유롭게 빠져나오는 영상이 공개된 후 그는 “세월호의 악마”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국제적으로 (그리고 한국에서도!) 침몰하는 배의 선장이 마지막까지 배를 지킨다는 것은 법에 준하는 행동 강령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해양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준석의 행위가 배를 몰아본 모든 이들에게 수치이자 불명예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민사 법정은 선장이 배와 승객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군함에 적용되는 규칙은 상선에 대한 규칙보다 더욱 엄격합니다. 공격받은 군함의 선장은 최대한 오래 배에 머물러야 하며, 배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마지막에 배를 떠나야 한다는 해군 규정은 1814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이탈리아와 한국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난 시 선장의 형법상 책임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셰티노는 현재 숨진 승객 30여 명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세월호의 경우 토요일 오후를 기준으로 실종자 수 266명, 사망자 수 36명에 달합니다. (한국시각 일요일 오후 9시 기준 실종자 수 244명, 사망자 수 58명 – 옮긴이) 일부 국가에서는 선장이 마지막으로 배를 떠나야 한다는 점이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구명정이나 다른 선박에서 대피 작업을 지휘하는 게 더 용이한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이준석이 체포된 것으로 보아, 선장의 의무 여부가 분명하게 쓰여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타닉호 사고 이후 만들어진 해양 안전에 대한 국제 조약은 선장은 배와 탑승자 전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며, 경보가 울린 후 30분 이내에 승객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준석은 대피를 지시했다고 주장하지만, 승객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방송만을 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군함이건 상선이건, 끝까지 배를 지킨 선장들은 많습니다. 타이타닉호의 선장 E.J. 스미스는 여성과 어린이 승객 700명을 먼저 대피시킨 뒤 배가 침몰할 때까지 조타실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냉전 시기 잠수함 코치노호의 라파엘 C. 베티네즈 함장은 승조원들이 모두 대피할 때까지 불타는 잠수함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새떼와 충돌해 허드슨강에 불시착했던 US에어웨이 1549호의 체슬리 B. 설렌버거 기장은 기체가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서도 남아있는 승객이 없는지를 두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때로는 탑승객 중에서 영웅이 나오기도 합니다. 1991년 남아공 해안에서 그리스 국적의 크루즈선 오시아노스호의 엔진이 폭발했을 때, 선장과 승무원들은 탑승객 571명을 두고 배를 떠났습니다. 나중에는 도움을 구하러 나간 것이라고 변명했죠. 배에 끝까지 남아 대피 작업을 지휘한 것은 선내 공연장에서 일하던 출연자들과 선내 지배인이었습니다. 결과는 전원 생존이었습니다. 세월호에도 영웅들이 있었습니다. 6세 여자아이를 구한 16세 박호진 군은 이후 자신도 구조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승무원은 마지막에 나가는 거라며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던져주던 22세 박지영 승무원은 결국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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