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르완다 사태가 일어난지 올해로 20년입니다. 남아공의 사진작가 피터 휴고(Pieter Hugo)는 지난달, 내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르완다에서 특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당시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한 프레임에 담아내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한 여성이 자신의 집을 빼앗고, 남편과 아이들을 죽인 원수의 아들과 함께 나란히 포즈를 취하는 식이죠. 두 사람 사이에 온기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한 희생자 전원은 가해자를 용서했고 함께 사진을 찍는 데 동의했습니다.
이번 사진 프로젝트는 AMI(Association Modeste et Innocent)라는 비영리 단체가 시행 중인 화해 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 후투족 가해자와 투치족 피해자가 수 개월에 걸쳐 소규모 대화 모임을 갖다가, 가해자가 정식으로 용서를 구하며 화해의 선물 바구니를 들고 가고, 피해자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면 춤과 노래로 화해의 과정을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이죠. 이 사진들은 우선 헤이그에서 열리고 있는 르완다 사태 20주기 전시회에 걸렸다가, 나중에는 르완다 각지의 추모관과 교회 등에 전시될 예정입니다.
작업을 진행한 휴고는 사진의 주인공들 간의 감정적 골과 분위기가 각자 달랐다며, 화해와 용서에 있어 다양한 단계가 사진에 그대로 잘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 간 화해가 마냥 아름답고 고상한 명분 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화해가 이렇게 실용적인 이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은 이들의 용기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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