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주: 지난달 생후 18개월 된 건강한 기린을 “근친 교배를 막는다”는 이유로 죽인 뒤 다리를 비롯한 몸뚱이의 일부를 사자에게 먹이로 줬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동물원이 사자 네 마리를 안락사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동물원 측은 더 이상 무리를 이끌 기력이 없는, 그래서 자연에서라면 이미 우두머리 자리에서 쫓겨났을 법한 늙은 숫사자 두 마리와 새로운 우두머리 숫사자가 무리를 장악하고 나면 가장 먼저 죽일 게 뻔한 어린 사자 두 마리를 죽였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뉴스는 국내 언론에도 여러 곳에서 소개가 되었기에 사실 관계를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국내 언론들의 논조는 대개 “어떻게 동물을 보호해야 할 동물원이 끔찍하게 동물을 죽일 수 있냐”는 식입니다. 직접적인 의견을 싣지는 않았어도, “전 세계의 공분을 자아냈다”거나 “이번에는 사자를 네 마리나 도살해 물의를 빚었다”는 제목으로 소개하거나, 이제 우리 언론에서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충격”, “경악”, “잔혹사” 같은 단어들이 별 고민 없이 써있기도 합니다. 영어로 소개된 기사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여기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관련 기사를 링크합니다. 그런데 이 기사 마지막 문장을 보면 “많은 덴마크인들이 전 세계적으로 동물원의 결정을 서명운동을 벌여가면서까지 반대하는 여론이 인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거나, 불쾌해하고 있다”며 “동물원 윤리위원회의 한 전문가는 ‘디즈니 만화가 동물에 대해 심어놓은 환상(Disneyfication)’에 빠진 세상 사람들의 반응이라고 이를 일축했다”고 써 있습니다. 이번 일은 사실 근본적으로 오늘날 사회에서 동물원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 뉴스페퍼민트는 지난달 기린을 죽인 뒤 비난 여론이 들끓었을 때 동물원의 결정이 옳다며 이를 지지했던 가디언의 한 칼럼을 요약, 소개합니다.*
동물원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고, 특히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의 장입니다. 동물원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안락사는 필수적인 수단입니다. 더 많이 신경을 써주고 보호를 받아야 하는 동물을 관리하는 데 있어 쓸모없는 동물을 죽이는 건 잔혹해보일지 몰라도 중요한 과정입니다. 동물원 뿐 아니라 사실 농장이나 애완동물을 여러 마리 키우는 가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종종 발생합니다. 건강한 기린을 죽인 뒤 사자 먹이로 주는 과정을 대중에 공개한 코펜하겐 동물원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오늘날 어린이들은 식탁 위에 올라온 식재료들이 어디에서 온 건지 모릅니다. 누군가에게는 동영상을 공개하는 것이 비위 상하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교육적인 목적을 담고 있다는 점을 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린이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일은 아프리카의 대자연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인간이 그 과정에 명백하게 개입해 기린을 사자 먹이로 던져준 사건보다도, 야생성을 철저히 거세시킨 채 동물들로 하여금 인간이 만들어놓은 동물원의 ‘자연과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면 죽게 만드는 구조 자체가 어쩌면 동물에게 더욱 잔혹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의 개체수는 철저히 관리됩니다. 수용할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발정기에도 짝짓기할 대상과 격리시켜놓거나 원치 않은 동물이 태어날 경우 이를 뱃속에서, 또는 태어나자마자 죽이는 일도 있습니다. 기린의 사체를 잘라 사자에게 던져주는 모습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결정 자체의 문제보다도 동물원의 홍보가 서툴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코펜하겐 동물원은 비난을 감수하고도 이번 결정을 공개했습니다. 대중의 비난을 우려하는 동물원들은 대개 안락사를 쉬쉬하며 해치워버리기도 합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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