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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실종사고를 전화 위복의 계기로 삼자

-알자지라에 실린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Zarina Banu의 칼럼입니다.

여객기 실종 사고의 수습과 처리는 어느 나라에게나 힘든 과제겠지만, 이번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의 실종 사건은 말레이시아 사회의 각종 문제점과 치부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1957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한 이후, 말레이시아의 엘리트들이 구축하고 강화한 정치 시스템은 나라 구석구석에 견고하게 뿌리를 내린 채 경제와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사고와 관련해 전 세계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납니다. 비행기의 위성 통신 시스템이 언제 꺼졌는지, 핵심 용의자에 대한 가택 수색이 진행되고 있는지 등 수사의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책임자들이 말을 바꾸거나, 정부 내에서도 발표 내용이 엇갈리는 일이 반복되었죠. 사고 직후 말레이시아 서쪽 해역에서 기체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되었는데도 정부가 해당 지역으로 수색팀을 보내지 않자 군의 대응 능력에 대한 의문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들어오는 정보를 검증하고, 발표 사항을 통일하고, 외부와 소통을 담당하는 책임 부서를 정하는 등, 아주 기본적인 원칙들만 지켰더라면 이런 논란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사건이 워낙 크다보니 이런 혼선은 외신을 타고 널리 퍼져나갔고, 급기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말레이시아 당국에 “종합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달라고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로서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현 상황이 낯설고 불편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현 말레이시아 집권 세력은 국내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해왔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해온 만큼, 정부의 발표 내용이 공공연하게 검증당하는 상황 자체가 낯설 테죠. 선거철이 되면 집권 세력의 나팔수 노릇을 하는 신문은 정부에서 써준 보도자료를 거의 그대로 베껴낸 기사를 실어 현 정부의 성과와 업적을 칭송하기 바쁘니까요. 반대파는 법을 새로 만들어서라도 제거해왔죠. 출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연줄과 출신 성분입니다. 2014년 이코노미스트의 정실 자본주의 지수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러시아와 홍콩에 이어 “정치계에 연줄을 가진 기업인이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 3위에 올랐습니다. 한때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말레이시아의 슬픈 초상입니다. 

최근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말레이시아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말레이시아 국민들이  작년에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야권의 캠페인이 효과를 거두어, 여당의 의석수가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이하로 줄어들기도 했죠.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이번 여객기 실종 사건에 대한 말레이시아 당국의 대응은 정상이 아닙니다. 이번 사태로 사회의 문제점들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사회 개혁이라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Al Jaze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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