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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전소 아홉 곳 파괴되면 미국 전역이 1년 반 동안 정전될 것”

지난해 4월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 근교의 한 변전소가 괴한들의 총격을 받았습니다. 19분 남짓 이어진 총격으로 변압기 17개를 파괴한 범인들은 경찰이 도착하기 1분 전에 현장을 떠났고,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변전소 한 군데에 그친 공격으로 전기 공급에는 차질이 없었지만, 파괴된 변압기를 비롯한 시설을 복구하는 데만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경찰력이 닿기 쉽지 않은 교외 지역의 변전소 등이 연쇄적으로 공격을 받으면 전기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잠잠해졌던 우려는 미국 전역에 있는 변전소 5만 5천여 곳 가운데 전기를 나르고 공급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아홉 곳이 공격당하면 최소한 1년 반 동안 미국 전역이 정전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 내용의 일부가 뒤늦게 밝혀지면서 다시 높아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연방 에너지 규제 위원회(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FERC)가 지난해 6월 미국 전역의 송전, 배전 시설을 목표로 한 테러 공격 또는 고의적 파괴 행위를 뜻하는 사보타주가 일어났을 때를 가정해 실시한 가상 시뮬레이션 결과를 주요 관계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참고한 메모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우선 미국의 송전, 배전 체계는 크게 서부, 동부, 그리고 텍사스 지역으로 나뉘어져 운영되고 있는데, 이 세 지역 사이에는 송전망이 잘 연결되어있지 않아 한쪽의 전기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겨도 다른 쪽에서 남는 전기를 보내주기 어려운 취약한 구조로 연결돼 있습니다. 또한 넓은 지역에 전기를 보내다 보니 전압을 크게 높여 전기를 보낸 뒤에 가정이나 공장 근처에서 다시 전압을 낮춰 공급하는 게 일반적인데, 전압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주요 변전소가 공격 당할 경우 그 피해가 직접적이고 매우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에너지 규제 위원회는 보안상 주유 변전소의 위치를 알리지 않았고, 월스트리트저널도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주요 변전소 30곳의 목록을 기사에서 뺐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긴 하지만, 수만 개 변전소 가운데 열개 남짓만 장악당하면 사실상 미국 전역이 마비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는 변전소를 비롯한 주요 시설에 대한 보안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아직까지 미국은 원자력 발전소를 제외한 다른 발전, 송전, 배전 시설에 특별한 보안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에너지 규제 위원회는 지난해 6월 브리핑에서 주요 관계자들에게 보안을 강화해달라고 강력히 주문했고, 업계들도 이에 호응해 올 여름까지 강화된 자체 규정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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