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브라운(Jerry Brown)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 1월 기록적인 가뭄이 닥친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캘리포니아 주는 여러 가지 절수 대책을 실행에 옮겨 왔습니다. 하지만 물이 끊기는 극단적인 경험을 해본 적이 별로 없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자발적인 참여를 장려하는 캠페인 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결국 얼마 전부터 일부 소 행정구역들에서는 물 배급제가 실시됐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이리아의 한 마을은 기존 사용량의 25%를 줄인 양의 물을 배급하고 있으며, 각 가정의 수영장에 물을 채우거나 잔디밭에 물을 주는 스프링클러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소방서는 자발적으로 수도관의 누수를 찾아내 고쳐 물 낭비를 막았고,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이 먼저 요구하지 않는 한 마시는 물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산타크루즈 북쪽의 작은 마을 롬피코 캐년(Lompico Canyon)의 주민들은 이보다 더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존의 사용량에서 30% 줄어든 물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는 이 마을 주민들은 대개 스프링클러도 없고 수영장에 물을 채울 일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애당초 물을 아껴쓰는 축에 속했습니다. 그런데도 절수형 세탁기를 너도나도 사고, 손을 씻을 때도 수도꼭지의 흐르는 물 대신 물을 받아놓고 씻으며, 잠깐 소나기라도 올 때면 어김없이 양동이에 물을 받아 쓰곤 했습니다.
이렇게 물 절약에 팔을 걷어붙였는데도 왜 상황은 악화되고 있는 걸까요?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비가 내리지 않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주민들이 이렇게 열심히 물을 절약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절수 대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지 않은 인재(人災)의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지역 언론 산호세 머큐리 뉴스(San Jose Mercury News)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전역의 22만 5천여 가구와 사업체들은 여전히 계량기도 없이 물을 쓰고 있습니다. 물을 얼마나 쓰느냐에 관계 없이 수도 요금을 정액제로 내고 있는 이들에게 물을 절약하자는 호소는 소 귀에 경 읽기일 뿐입니다. 실제로 정액제를 내고 있는 가구나 사업체들의 물 사용량은 주 평균보다 39%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전체 물 사용량 가운데 생활 용수는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80% 가까운 물이 농업 용수로 쓰이는 현실에서, 생활 용수를 절약하는 데 지나치게 노력해봤자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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