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도심에서도 가장 번잡한 지역을 꼽으라면 뿌에르따 델 쏠(Puerta del Sol) 광장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서울로 치면 서울광장쯤 되는 이곳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상업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도시에서 상징적인 장소가 지니는 공통적인 숙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바로 집회가 끊임없이 계속된다는 사실입니다. 뿌에르따 델 솔 광장도 유로존 경제위기와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불만이 쌓인 스페인 시민들이 집회 장소로 애용하는 곳입니다. 이 곳에서 지난 2012년에는 총 396차례, 지난해에는 391차례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매일같이 집회가 있었던 셈이죠. 이에 최근 아나 보떼야(Ana Botella) 마드리드 시장은 뿌에르따 델 쏠 광장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여기서 열리는 집회를 시 정부의 권한으로 허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집회가 열릴 때마다 피해를 받는 지역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마드리드 상인연합회의 델가도 (Florencio Delgado) 회장은 “끊이지 않는 데모 탓에 가게들의 매출이 줄었다”며 “레스토랑의 경우 집회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예약률이 25%나 줄어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나 보떼야 시장의 결정에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스페인 노동조합 총연맹의 루이스 미겔 로페즈 레이요(Luis Miguel López Reillo) 위원장은 시민 모두의 것인 광장을 도대체 누구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보호구역이란 말을 운운하냐며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집회는 최대한 많은 시민들과 소통하고 문제를 알리는 데 목적이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마드리드에서 가장 북적대는 광장을 두고, 그럼 허허벌판에 가서 우리끼리 집회를 하란 말입니까?” 뿌에르따 델 쏠 광장의 집회가 잦은 건 사실이지만 절반 이상의 집회가 참가인원이 50명도 안 되는 소규모 집회인데, 지역 상권의 매출이 집회 때문에 떨어진다는 볼멘소리는 설득력이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좌파연맹의 앙헬 페레즈(Ángel Pérez)는 근본적인 대책 없이 반민주적인 미봉책을 꺼내든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왜 이렇게 집회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지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집회 장소와 관련해 정부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없잖아요. 그보다 제대로 된 정책을 실시해서 시민들의 근본적인 불만을 줄여나갈 생각을 해야죠.”
아나 보떼야 시장은 뿌에르따 델 쏠 광장이 안 된다면 어디서 열리는 집회는 허락하겠냐는 질문에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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