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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v.s. 경제 성장

성장과 분배 문제는 전 세계 모든 정부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입니다. 경제 성장과 분배의 관계는 정말로 양립 불가능한 것일까요? 경제학자들은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금전적 보상이라는 당근 없이는 위험이 따르는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추구하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1975년 미국의 경제학자인 아서 오쿤(Arthur Okun)은 한 사회가 완벽한 평등과 완벽한 효율성을 동시에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여전히 이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지만 최근 경제 불평등 정도가 심해지면서 경제 불평등이 초래하는 경제적 비용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불평등이 심화된 결과로 저소득층의 건강이 악화되고 생산성이 떨어지면 경제 불평등은 경제 성장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 로드릭(Dani Rodrik) 교수는 이런 불평등이 자유 무역과 같이 경제 성장에 기반한 모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다시 말해 경제 불평등의 심화는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겁니다.

경제 성장과 불평등 사이의 정확한 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연구들은 경제 불평등이 경제 성장에 약소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성장과 불평등의 관계는 나라가 부유해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하기도 하고 중요한 것은 불평등의 수준이 아니라 불평등의 추세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2011년 발표한 논문에서 앤드류 버그(Andrew Berg)와 조나단 오스트리(Jonathan Ostry)는 장기적 경제 성장의 성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성장의 모멘텀이 얼마나 이어지는가의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보다 그 경제 성장을 지속시키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질 때는 대부분 경제 불평등이 그 원인이라고 지목합니다. 사회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수 중 하나가 지니 계수인데 (0 = 완벽한 평등 사회, 100 = 완벽한 불평등 사회)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지니 계수는 50을 넘습니다. 이는 아시아의 신흥 경제국가들의 평균 지니 계수인 40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만약 라틴 아메리카에서 불평등의 정도가 현재의 절반 수준이었다면 경제 성장은 평균적으로 두 배가 높았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소득 불평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세금과 지출을 통해 재분배를 하는 정부의 정책이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세 경제학자들의 최근 논문은 불평등과 재분배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구분하여 살펴봤습니다. 이들은 173개 나라에서 50년 동안의 지니 계수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지니 계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산출되었는데 하나는 세전 소득(market income), 다른 하나는 세금과 재분배를 감안한 뒤의 세후 소득(net income)에 기반한 것입니다. 이 두 지수의 차이는 그 나라에서 얼마만큼의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재분배가 많지 않은 미국의 경우 세전 소득 기반 불평등 지수와 세후 소득 기반 불평등 지수는 10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재분배가 활발히 일어나는 스웨덴의 경우 두 지수의 차이는 23이나 됩니다. 논문은 더욱 불평등한 사회의 정부일수록 재분배를 많이 하고, 더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보다 재분배를 더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부유한 국가들 사이의 불평등 정도의 차이는 국가가 얼마나 재분배에 관여하는가의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독일은 영국보다 국가 재분배가 없는 상황에서는 더 불평등하지만 세금과 재분배 정책을 거친 뒤에는 영국보다 더 평등한 사회가 됩니다. 현재까지 지배적인 의견은 재분배 정책이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구 1인당 소득 성장률은 재분배가 더 활발한 나라에서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대체로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재분배를 활발히 하는 국가일수록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기간이 짧은 경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세전 소득 기반 지니 계수와 세후 소득 기반 지니 계수의 차이가 13 포인트 이상 나는, 재분배가 활발한 서유럽 경제와 같은 국가에서는 재분배 정책이 경제 팽창을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를 두고서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경계했습니다.

불평등은 낮은 경제 성장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습니다. 세후 소득 기반 지니 계수가 높을수록 인구 1인당 소득 성장률은 낮았습니다. 지니 계수가 5 포인트 오를수록 1인당 소득 성장률은 0.5% 떨어졌습니다. 만약 재분배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그 이유는 바로 재분배 정책 덕분에 국민들이 불안정한 대출을 자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재분배 정책은 무분별한 대출을 자제시키고 유의미한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도 있습니다. (Economist)

국가별 세전 소득(market income)과 세후 소득(net income)을 기준으로 한 불평등 지수 (지니 계수)의 차이. 상단의 8개 국가는 재분배를 늘렸을 때 경제 성장에 부정적 효과가 없는 경우. 하단의 6개 국가는 재분배를 확대했을 때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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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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