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Entrepreneurs)는 오늘날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정치인들은 창업가들을 복제하고 싶어합니다. TV 프로그램들은 창업가들을 우상화하고 학교 교과서 역시 이들을 숭상합니다. 제가 옥스퍼드 대학을 다닐 때 창업가라는 단어에 대한 어감은 학교 내에서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옥스퍼드 대학에서 창업가들의 모임 (Entrepreneur’s Society)는 가장 인기있는 사교 모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창업가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창업가에 대한 두 가지 구분되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의미로 창업가는 자기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두 번째 시각은 조셉 슘페터 (Joseph Shumpeter)가 정의한 것으로 창업가는 혁신가(innovators)를 의미합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며 이 아이디어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사람을 창업가라고 부릅니다. 슘페터와 같이 창업가를 정의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업과 별 차이 없이 “남을 따라하는(replicative)” 창업가와 현재의 사업 방식을 없애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는 “혁신적(innovative)” 창업가를 구분합니다. 이들은 또 소규모 사업 (small business)과 고성장 사업(high-growth business)을 구분합니다. 소규모 사업과 고성장 사업은 성공적인 경제에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이 두 조직은 궁극적으로 매우 다릅니다.
한 사회가 얼마나 창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를 측정하려는 사람들은 주로 첫 번째 종류의 창업가, 즉 소규모 자기 사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명 있는지, 자영업(self-employed)은 몇 명인지, 혹은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몇 명 있는지를 측정합니다. 하지만 이런식의 방법은 왜곡된 결과를 도출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산출하면 이집트가 미국보다 훨씬 더 창업가 친화적인 국가로 보입니다. 미국에서 자영업자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은 건축이나 조경, 자동차 수리, 미용실과 같이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서 지루하고 고된 일을 합니다. 대부분의 소규모 상점이나 기업들은 가족들이 공동 운영하는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으며 자기 회사를 시작한 사람들의 3/4은 자신들이 회사를 충분히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만 회사 규모를 키우기를 원합니다. 매그너스 헨렉슨(Magnus Henrekson)과 티노 새난다지(Sanandani)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자수 성가한 억만 장자 (self-made billionaire)가 한 국가에 얼마나 있는지가 소규모 기업들의 수를 세는 것 보다 창업가 정신을 측정하는데 더 나은 지표라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은 지난 20년간 포브스지의 연간 억만장자 리스트를 조사했고 이를 통해 996명의 자수 성가한 억만장자들을 찾아냈습니다. 한 국가당 자수 성가한 억만장자의 수는 직관적으로 역동적인 경제 구조와 연관이 되어 있는 변수들, 예를 들어 인구 1인당 특허 수나 벤처캐피탈의 흐름과 같은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습니다. 또 이들은 자수 성가한 억만장자의 수는 전통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측정하는데 사용된 지표인 소규모 사업장의 수, 자영업자의 수, 혹은 스타트업의 수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소규모 사업을 하는 기업이 많거나 자영업 비중이 높은 국가는 종종 부진한 경제 성적을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다른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사업의 규모가 작은 이유는 이들이 다른 사람들이 사업을 하는 방식 그대로를 흉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월마트는 수천개의 구멍가게들을 대체하면서 세계 최대의 대형마트로 성장했습니다. 아마존 역시 수천개의 서점들을 대체하면서 성장했습니다. 사업을 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서 창업가들은 수천명의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었고 따라서 자영업을 했을수도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기업들에세 일을 하게 되면서 창업가들은 그 산업 분야에서 생산성은 높이고 자영업의 비중은 줄였습니다.
오늘날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슘페터형 창업가들은 누구일까요? 또 어떻게 하면 이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헨렉슨과 새난다지의 논문은 자수 성가형 억만장자들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억만장자의 65%, 유럽의 경우 42%이고 평균적으로는 52%가 이 범주에 속합니다. 홍콩이 인구 대비 자수 성가형 억만장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스라엘,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등이 잇고 있습니다. 오늘날 창업가들 중에는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미국의 자수 성가형 억만장자 중 45%가 대학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20세기 초반 헨리 포드(Henry Ford)와 같은 창업가가 학교를 중도에 그만 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룹니다. 또 오늘날의 억만장자들은 금융이나 하이테크 분야에서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또 미국의 경우 자수 성가형 억만장자들의 많은 수가 보스턴, 뉴욕, 그리고 실리콘 밸리라는 세 지역 출신이었습니다. 헨렉슨과 새난다지는 두 번째 질문, 즉 자수 성가형 창업가들을 어떻게 하면 더 양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높은 세금이 혁신적 창업가대신 남을 모방하는 창업가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자영업의 경우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보다 세금이 낮거나 다른 기업보다 감사를 당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는 기업들이 확장을 하지 않고 작은 규모로 남아 있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저자들은 경고했습니다. 이들은 또 창업가의 본질에 관한 개념적 혼란이 정책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스타트업이나 창업자의 수를 늘리려는 정책은 오히려 어떤 창업가나 사업이 다른 기업들을 누르고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줄일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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