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위 겸임 교수(adjunct professor)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저는 두 개의 대학에서 한 학기에 네 개의 수업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 해에 2만 4천 달러를 받고 있습니다. 의료보험이나 연금과 같은 혜택은 전혀 없습니다. 저는 최근에 뉴욕타임즈가 내 보낸 기사를 통해서 제 경험을 공유한 적이 있는데 뉴욕타임즈는 제 상황을 학계의 잘못된 노동 관행을 설명하기보다는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문제라는 시각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하지만 겸임 교수직과 관련된 문제는 단순히 박사를 받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자신들의 꿈을 포기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겸임 교수직 문제는 대학의 전략적 계산에 의해서 매우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아주 낮은 임금을 받고서 일을 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고착화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겸임 교수직 문제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문제이며 이는 우리의 문화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겸임 교수직 제도가 왜 문제인지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1. 겸임 교수를 고용하는 것은 고등 교육의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미국 교수 협회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미국 대학에서 겸임 교수직이나 임시 교수직은 전체 교수직 중에서 70%를 차지합니다. 학교마다 이 숫자는 큰 차이가 있지만 몇 몇 엘리트 대학을 제외하고 많은 학교들에서 학생들은 과도한 시간 일을 하고 아주 적은 임금을 받는 겸임 교수들에게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이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임시 계약직으로 필요에 의해 잠시 고용이 되었다가 떠납니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하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겸임 교수직을 남용하는 것은 고등교육의 가치를 궁극적으로 떨어뜨리게 됩니다.
2. 겸임 교수 제도는 학계 내에서의 위계 질서를 만들어냅니다.
겸임 교수들에게 노동 강도와 비례하지 않는,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주는 현실은 학계에서 위계 질서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는 민간 분야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는 월급을 주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조가 약화된다는 많은 뉴스를 접했지만 학계 역시 이와 비슷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교수들은 6만 달러에서 19만 8천 달러 사이의 연봉을 받지만 대부분의 겸임 교수들은 수업 하나당 2천 달러에서 4천 달러를 받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가르치는 수업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또 직업 안정성도 보장되어 있지 않은데 만약 학과장이나 학교 당국에서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습니다.
3. 대학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들보다 행정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겸임 교수직이 나쁜 이유는 바로 고등 교육을 제공하는 당사자들보다 학교 행정 직원들이 훨씬 더 많은 권력을 갖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임시직 겸임 교수들의 비중을 늘려온 사이에 학교 행정직의 권력과 비중은 더 늘었습니다. 벤자민 긴즈버그(Benjamin Ginsberg)가 책에서 기술하고 있듯이 1985년과 2005년 사이 대학 행정 부서의 지출은 85% 증가했고 행정 직원 수는 240%나 증가했습니다. 반면 교수직과 관련된 지출은 50%만 증가했는데 필요 없는 행정 직원 수를 늘리느라 정작 투자를 했어야 할 교수직은 겸임 교수들에 의해서 채워졌습니다.
4. 겸임 교수직은 대학 교육에서 도움이 가장 필요한 저소득층 학생들을 배신하는 일입니다.
대학 교육 과정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은 저소득층 출신이거나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오히려 겸임 교수들이 가르치는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대학이 겸임 교수직을 적극 이용하기 시작한 시기가 60년대 말~70년대 초 노동 계급 역시 대학에 입학 하기 시작한 때와 비슷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점점 더 많은 노동 계급이 캘리포니아나 뉴욕의 주립 대학들에 입학을 하면서 주 정부가 대학에 제공하는 예산은 줄어들었습니다. 대학은 이때부터 겸임 교수 제도를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5. 저임금의 겸임 교수직은 교육자들이 교육에 헌신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겸임 교수직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다른 일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고 자신이 가리치는 주제에 대해서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의미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에서 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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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겸임교수"보다는 "시간강사"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지 않을까요? 독자들이 한국분들임을 고려하면...
adjunct가 부가물이라는 뜻이 있음을 고려할 때 시간강사가 더 낫네요. 전혀 겸임교수는 아닌 듯...
lecturer가 교수라는 뜻도 없고 강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