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A.J. Grajdanzev가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입니다. 도입부와 경제 관련 부분을 1편에, 정치 관련 내용과 결론을 2편으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한국의 독립은 카이로 선언으로 결정되었지만, 독립이 일본을 약화시키고자하는 연합국들에 의해 그저 주어진 것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뒤에는 수 십 년간 독립운동에 헌신한 수 많은 한국인들의 노력이 숨어있죠. 국내에서 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일본 당국에 체포된 기록이 남아있고, 만주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한 자들의 수가 최소 16000명에 달하며, 중국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니까요. 서구는 한국인들이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지만, 그 외 상황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한국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까요? 경험과 지식을 갖춘 지도자는 누구일까요? 일정 기간 위임통치가 필요하다면 어떤 나라에게 그 역할을 맡겨야 할까요?
한국은 어떤 나라고, 현재 한국의 상황은 어떠할까요? 한국은 언어, 예술, 풍습, 음식 등 여러면에 있어 이웃인 일본, 중국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나라입니다. 일제 통치 기간 내내 끊임없는 저항 운동을 펼치며 불굴의 민족주의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경제 쪽을 살펴봅시다. 일본의 원래 계획은 한국을 아시아 대륙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는 것이었기 때문에, 통치 기간 동안 한반도에는 도로와 철도 등의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추어졌습니다. 물론 한국인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었고, 군사와 물자를 러시아와 만주로 실어보내기 위한 것이었죠. 수출입도 일제에 의해 완전히 차단되었고, 한국의 무역은 오로지 일본 및 그 식민지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졌습니다. 주요 작물인 쌀도 거의 일본으로 실려나갔기 때문에 평작을 한 해에도 한국인들이 먹을 쌀은 부족했습니다. 1929-30년 즈음 일제의 정책 변화로 인해 다소간의 산업화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인구의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죠. 인구대비 경작지는 매우 좁은데다 국토가 대부분 산이라 앞으로도 경작지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기후 조건이 괜찮아 2,3모작이 가능한 지역이 있고, 수자원 상황도 나쁘지 않아 식량 자급자족 가능성은 높습니다. 현재 목화, 콩, 참깨 등을 많이 생산하고 있고, 실크 수출국인데다 면이나 레이온을 만들 수 있는 원재료를 생산할 수 있으니 앞으로 울을 제외한 섬유는 자급자족이 가능할 겁니다. 삼림의 면적은 넓은데 목재로 쓸만한 나무는 거의 없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한반도 연안의 바다에는 수자원이 매우 풍부합니다. 석탄은 풍부하지만 석유는 전혀 없고, 단 수자원이 쓸만합니다. 현재 발전량 대부분을 수력발전으로 얻고 있고, 서해안의 경우 조석간만의 차가 커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외에도 철광석, 금, 아연납, 마그네슘 등의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상당 수준의 산업화를 이룰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미래의 가능성일 뿐, 현재 한국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일본의 지배가 국가의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았고, 1941년 기준 일인당 생산량이 50달러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소득은 일본이 절반 이상을 가져간데다, 한국 내에서도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새로 태어난 한국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빠른 산업화일 겁니다. 아주 불가능한 과제는 아닙니다. 지난 수 년간 일제가 한국에 투자한 수억 엔은 한국에서 수탈해 간 것이었으니, 이제는 일본에 빼앗기는 대신 스스로를 위해서 쓰면 됩니다. 외국에서 기계류를 수입해오는데 필요한 비용은 풍부한 금 생산량으로 메꿀 수 있습니다.
일본이 물러나게 되면,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결정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옵니다. 우선 일본이 소유하고 있던 기업들의 처분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이 기업들을 인수할큼 많은 돈을 가진 한국인이 없고, 그나마 있다 하더라도 일제에 협력했던 사람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안은 국가가 이를 사들여 일종의 공공 자산으로 삼고, 국가 재건에 가진 자원을 몽땅 쏟아붓는 것입니다. 한국이 내려야 할 어려운 결정은 여기서부터입니다. (Foreign Affairs)
-내일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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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인이 제3자 입장에서 봐도 일제 시대 기간 시설 확충은 수탈과 전쟁을 위한 것이라는데, 그걸 미화하는 사관뿐만 아니라 교과서가 있다니...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
미국은 참 여러 모로 무섭네요. '국화와 칼'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