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금 큰 빚을 지고 있는데 비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팔아서 빚을 갚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유럽 각국 정부가 지금 처한 상황이 바로 이렇습니다.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980년대 영국의 대처 수상은 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민영화를 추진했고, 동유럽 국가에서 민영화는 중앙집권형 계획 경제 체제를 탈피하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현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OECD 회원국이 소유하고 있는 국영기업의 가치는 2조 달러 가량입니다. 하지만 정말 돈이 되는 자산은 따로 있죠. 토지, 건물, 지하자원 같은 “비금융 자산”은 OECD내 무려 35조 달러에 육박합니다. 물론 루브르 박물관이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같이 특별한 가치가 있는 자산을 마구 팔아치워서는 안되겠지만, 특별한 용도가 없는 정부 소유의 건물과 같이 재고의 여지가 있는 자산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민영화”라고 하면 일단은 반대에 부딪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정부들이 자산 매각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가 자산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 자산에 대한 자료가 터무니없이 부실하다는 것입니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자산 등록, 관리, 가치 평가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관리 시스템 자체를 민간 부문 스타일로 바꾼다면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죠.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국가 자산 관리에 민간 부문의 방식을 도입했더니 자산들의 가치와 쓸모가 잘 드러나, 좌파 정부가 자산을 대량 매각한 일이 있었습니다.
민영화가 방만하게 운영되어온 정부에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입니다. 지출 관리없이 자산 하나 팔아서 급전을 마련하는 것은 의미가 없죠. 또한 앞으로 꾸준한 수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산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각 타이밍도 잘 정해야 하죠. 과거의 사례를 통해 정치적인 리스크에 대해서도 잘 따져봐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빚을 줄이고 신용도를 높이고자 하는 정부라면, 민영화라는 수단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처와 레이건이 공공시설, 통신, 교통 분야에서 민영화를 추진했다면, 21세기의 민영화 대상은 건물, 토지, 자원이 될 것입니다. 의외로 엄청난 가치가 숨어있는 곳이니까요.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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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소유한 건물들이 가치를 지닌 것도 있지만, 관공서 건물처럼 목적에 딱 맞게 정의되어 팔기 애매한 건물도 의외로 많습니다. 실질적으로는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