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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유럽, 샤를마뉴 사망 1,200주기? 세계 1차대전 발발 100주기?

“유럽의 왕 아버지(Rex Pater Europae)”

찰스 1세(Charles I) 또는 카를 대제(Karl der Grosse)라고도 불리지만, 샤를마뉴(Charlemagne)로 더욱 잘 알려진 프랑크왕국의 최전성기 시절 왕의 애칭입니다. 실제로 샤를마뉴는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암흑의 시기를 지나 8세기 중반 처음으로 근대의 “유럽”에 근접한 통일된 영토의 왕국을 통치한 인물입니다. 샤를마뉴의 할아버지 대인 732년에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인 자라센 왕조를 물리쳐 유럽 대륙의 기독교 전통을 (간신히) 지켜내기도 했습니다. 로마 제국은 너무나도 먼 과거고, 나폴레옹이 대륙을 제패했던 건 상대적으로 너무 가까운 과거이자 회원국들 사이에 호오가 극명하게 엇갈릴 게 뻔하기 때문에 샤를마뉴 시절의 프랑크왕국은 현재 유럽통합 지지자들이 유럽의 정신적인 뿌리를 찾으려 할 때 단골 메뉴로 등장합니다.

샤를마뉴는 현재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영토를 아우르는 왕국을 건설하고 교황으로부터 황제 칭호를 받았을 뿐 아니라 하나의 문자, 화폐를 쓰도록 장려하고, 정복한 곳의 이민족들에 일정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하며 효과적으로 포섭했습니다. 오는 28일 샤를마뉴 사망 1,200주기를 맞아 프랑크 왕국의 수도였던 현재 독일의 아헨(Aachen)시에서는 그를 기리는 특별전시회가 열립니다. 아헨시는 특히 샤를마뉴 시대의 복음서인 로르슈 복음서(Lorsch Gospels)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해당 복음서는 바티칸과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루마니아의 바티네움 도서관에 각각 나뉘어 보관돼 왔습니다.

그런데 아헨시가 이렇게 들떠 있는 사이 프랑크 왕국의 또다른 직통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샤를마뉴라는 말도 프랑스어 발음으로 읽은 건데 말이죠. 정작 프랑스 정부가 올해 공들여 준비하고 있는 행사는 세계 1차대전 발발 100주기 행사들입니다.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쉬이 같이 준비할 수 없는 행사이기도 하죠. 유럽통합 지지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샤를마뉴를 향한 태도에서도 여전히 국가별, 지역별로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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