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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 옹호하는 교수들과 월스트리트의 유착 관계

상품 선물 거래(Commodity Future Trading)에 관여하고 있는 금융권과 상품 선물 시장에서의 규제 완화를 주장해 온 교수들 사이의 유착 관계가 뉴욕타임즈의 보도로 낱낱히 드러났습니다. 최근 석유나 곡물을 거래하는 상품 시장에서 가격이 크게 상승했는데, 이를 두고서 중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은행이나 다른 금융권들의 투기(Speculation) 탓에 가격에 거품이 낀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휴스턴 대학의 교수인 크레이그 피롱(Criag Pirrong)은 2006년 이후 미국 연방 규제당국에 투기가 가격 상승을 유도하지 않았다는 금융 기관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성명서를 적극적으로 보내거나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의 논문은 금융 시장 규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연방 규제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 때 널리 인용되기도 합니다. 최근 뉴욕타임즈가 확보한 그의 소득 명세서를 살펴보면 그는 시카고 상업 거래소와 같이 상품 거래에 관여하고 있는 금융 기관들로부터 돈을 받고 컨설팅을 해주거나 보고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상품 가격 상승에 개발 도상국의 수요 증가, 변덕스러운 날씨, 그리고 환율 변동과 같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데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반면 상품거래 시장에 유입되는 투기성 자본은 2003년 130억 달러였던 것이 2008년에는 3천 170억 달러 규모로 늘어났는데, 많은 사람들은 투기성 자본이 상품의 가격을 올렸다고 믿고 있습니다. 반면 피롱 교수와 같은 사람들은 월스트리트의 돈이 상품 시장으로 흘러간 것이 오히려 상품 생산자들이 위험 관리를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줄여주었고 따라서 상품 거래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금융 기관으로부터 컨설팅 비용을 받거나 연구 자금을 받고 금융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장을 펴온 교수는 피롱 교수 뿐만이 아닙니다. 일리노이대학의 스캇 어윈(Scott Irwin) 교수 역시 금융 기관의 입장을 대변해 왔습니다. 어윈 교수가 소속된 일리노이대학의 경우 시카고 상업 거래소로부터 경영 대학에 1백만 달러가 넘는 후원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윈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는 금융 기관으로부터 받은 돈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월스트리트는 로비스트를 고용해 의회나 연방 규제 당국에 로비를 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쓰는 것 외에도 학계의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하는 의견을 내도록 만들거나 자신들의 입장과 비슷한 교수들을 영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월스트리트는 선물 거래 시장에 관한 규제를 늦출 수 있었고, 그 기간 동안 투기성 투자는 계속되었습니다. 금융 기관으로부터 돈을 받은 기록이 있는 교수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때로는 금융 기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경우도 있으며 금융 기관과 전혀 관계가 없는 학자들 중에서도 투기와 선물 시장의 가격 상승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윤리 전문가들은 교수들이 금융 기관과의 금전적 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대중의 이익에 위배되며 연구 결과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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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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