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결혼율 감소가 선거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의 4분의 1은 싱글 여성이었죠. 여대생과 가난한 싱글맘, 이혼한 전문직 여성 간에 어떤 공통점이 있겠나 싶지만, 이들은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합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민주당을 선호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성 격차”보다 “결혼 여부로 인한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도 특이할만한 사항입니다. 물론 이 차이가 오로지 결혼 여부 때문에 나타나는지, 아니면 싱글 여성이라는 명칭으로 뭉뚱그려진 집단 안에 나이, 빈부, 종교, 인종과 같은 요소들이 각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이유로 흥미롭습니다.
첫째, 싱글 여성이라는 집단은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인구 집단으로, 이론적으로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유권자를 합친 것 보다 많습니다. 둘째, 민주당, 특히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 집단을 세분화시켜 공략하는데 탁월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즉, 늘 투표 열심히 하는 사람, 어차피 투표 안 할 사람, 무슨 말을 들어도 공화당에 투표할 사람들에게 시간과 돈을 퍼붓기보다는, 적절하게 공략하면 넘어올 것 같은 유권자들을 제대로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죠. 11월에 치러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이와 같은 전략으로 싱글 여성들을 투표소로 이끌어냈고, 싱글 여성 집단 내 42%p라는 어마어마한 격차를 발판 삼아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공화당은 이쪽 분야에서 후발주자고요. 셋째, 이혼, 낙태, 동성애자 권리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사회적 보수주의가 다양한 싱글 여성 집단을 단결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구호 “우리를 내버려둬라”는 이미 혼자라고 느끼는 싱글 여성들에게 어필하기 어렵습니다.
상황이 이렇대도 공화당이 당장 “부모가 둘 다 있는 편이 아이 교육에 낫다”, “뭐든지 다해주는 오바마의 ‘남편 국가(Hubby State)’가 가정을 약화시키고 있다”와 같은 주장을 내려놓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좀 달리 보이”고, “삶이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싱글 여성들에게 뛰어난 공감 능력을 발휘해 온 민주당이 이들의 표를 가져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공화당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좀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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