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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집착은 왜 유럽 경제 회생에 나쁜가?

유럽이 여전히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독일의 수출에 대한 집착과 관련이 큽니다. 독일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것이 독일의 수출 주도 성장모델에 영향을 줄까 우려합니다. 유로존 경제는 공식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벗어났지만 유로화는 아직 위기에서는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금융위기 이전 많은 돈이 남유럽으로 몰렸고 이는 거품 경제를 만들었으며 임금 상승이라는 결과를 나았습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자 자금 유입도 중단되었는데, 이는 남유럽 국가들을 너무 낮은 수요와 너무 높은 임금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고전하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각 나라들이 (유로화 대신) 자신들의 통화를 사용했다면 통화 가치를 하락시켜 다시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들은 통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대신 독일과 같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임금을 삭감해야 했습니다. 독일이 고수한 정책은 남유럽 국가들의 경기 회복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10년간 독일은 국내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수출을 늘렸고 무역 수지 흑자를 늘려왔습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경제 성장 속도만큼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수입하는 양은 크게 늘지 않았고 따라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나라들이 독일에 물건을 많이 팔지 못하게 됐습니다.

물론 독일은 이러한 비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합니다. 독일의 경제 장관은 독일의 엄청난 무역 수지 흑자는 독일 경제의 강한 경쟁력과 고품질의 독일 제품에 대한 국제 사회의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독일이 지금과 같은 엄청난 무역 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이유는 단지 독일이 제품을 많이 수출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독일이 수입하는 양이 너무 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독일이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독일이 자신의 노동자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해서 이 사람들이 더 많은 수입품을 살 수 있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인플레이션과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독일은 존재하지도 않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어떠한 형태의 팽창적 통화 정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10월 기준으로 유로존 전체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4년간 가장 낮은 수준인 0.7%로 떨어졌습니다. 독일의 인플레이션은 고작 1.2%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독일 중앙은행은 독일 주요 도시의 아파트값 상승을 거론하며 통화량을 늘리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긴축 정책이 유로존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on)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이 추구한 긴축 정책이 가져온 사회 경제적 비용의 20%를 주변 국가들이 부담했는데 이는 프랑스의 14%, 그리스의 2%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이 보고서는 유럽 국가들이 시행한 긴축 정책이 초래한 총 비용을 계산했는데 긴축 정책 때문에 그리스의 GDP는 18%, 스페인의 GDP는 9.7%, 독일의 GDP는 8.1%가 낮아졌습니다. 독일은 남유럽 국가들에게 수출을 통해서 경제 위기를 회복하라고 조언하면서 실제로는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유럽 위원회의 보고서는 만약 독일이 인프라에 GDP의 1%를 투자하고 나머지 북유럽 국가들이 현재 무역 흑자를 GDP의 0.3~0.4% 수준만 줄인다면 이는 남유럽의 GDP를 0.2~0.3%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유로존 위기를 끝내지는 않겠지만 의미 있는 출발점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는 누가 가장 많은 무역흑자를 내는지 경쟁하는 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독일은 이러한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독일은 다른 나라보다 무조건 많이 팔려고 하면서 다른 나라들로부터 사려고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머지 유럽 지역이 수출을 많이 못하면 비난합니다. 그럼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정말 독일이 유로존 위기를 끝내고 싶다면 3%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의 말도 안되는 초인플레이션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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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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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의 문제는 그리스 본인이 만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기사는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네요. 개인적으로 독일의 통화정책이 참 신뢰가서 좋습니다.

    • 네 물론 독일만의 책임으로 위기가 왔거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죠. 위기의 당사자인 그리스나 남부 유럽 국가들의 금융권이나 정책 결정자들, 그리고 소비자들도 위기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죠. 제가 생각할 때 이 글이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이라는 공동 통화 구역이 만들어진 구조와 독일이 유로 경제권에서 가진 영향력을 고려할 때, 위기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 그러한 방안을 거부하고 있다고 저자는 인식하고 이를 비판하는 것 같습니다. 유로존의 위기와 해결책에 대해서는 아직 사람들이 활발히 토론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 "독일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수출하는 양은 크게 늘지 않았고" ==> "수입하는" 의 오타인 것 같습니다. ^^

  • 마지막 문단에 나온 말 처럼 독일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은 나라라 그런지 인플레이션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를 여기서도 다시 확인하게 되네요..

    애초에 유로화로 통일 되어버린게 문제라는 말도 공감하고요

      • 지적해주신 오타 수정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독일의 과거 경험이 다른 나라들과 정책 공조를 할 때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유로존 위기 뿐만 아니라 과거 브레튼우즈 체제하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있었죠. 미국의 재정 적자가 심해져서 dollar-gold system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을 때 일본과 독일에 인플레이션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팽창적 통화정책을 미국이 요구했었는데 그 당시에도 독일은 과거 초인플레이션의 경험 때문에 거부했었다고 배운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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