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Economy / Business

사립학교는 보낼만 한 가치가 있는가?

일리노이대학-어바나샴페인(University of Illionis at Urbanan-Champaign)의 사라 루비엔스키(Sarah Lubienski: SL) 교수는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에서 수학을 어떤 식으로 가르치고 있는지를 비교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오랫동안 교육의 질이 더 높다고 알려진 사립학교들이 공립학교들에 비해 성과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남편 크리스토퍼(CL)와 함께 여러 번 결과를 확인했지만 이는 사실이었습니다. 이후 이들은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교육에 관해 사람들의 오랜 관념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공립학교의 이점: 왜 공립학교가 사립학교보다 나은가? (The Public School Advantage: Why Public Schools Outperform Private Schools)”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들은 교육 성취도에 관한 전미 평가(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 NAEP) 데이터와 유아기에 관한 종적 연구(Early Childhood Longitudinal Study)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모의 소득과 같은 다른 요인들을 통제하고나면, 공립학교가 사립학교보다 더 나은 성취도를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성적이 높은 이유는 사립학교가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해서가 아니라 부유한 가정 환경을 가진 학생들이 사립 학교에 오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아래는 저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Atlantic: 당신들의 연구 결과를 요약해주세요.

CL: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성적이 공립학교 학생들보다 더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하지만 핵심은 높은 성적이 사립학교가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여기에 다니는 학생들의 가정 환경이 원래부터 좋아서인지를 구별해낼 수 있는가예요. 과거 연구들은 사립학교가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한다고 주장해 왔죠. 하지만 우리가 가정 환경과 같은 요인들을 통제하고 나서 봤더니 정 반대 결과가 나왔어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인데 놀라웠죠. 스탠포드 대학이나 노트르담 대학 연구진들도 비슷한 결론을 냈어요.

Atlantic: 당신들은 미국의 공립학교가 추락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시나요? 아니면 (당신들의 발견대로라면) 사립학교가 더 추락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CL: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만약 공립학교가 추락하고 있다면 사립학교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는 결론이 나오죠. 저는 공립학교가 추락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요. 여러 데이터를 살펴보면 실제로 미국 평균 공립학교나 좋은 공립학교들은 매우 잘 하고 있어요. 다만,  성적이 좋지 않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많이 몰려있는 공립학교들이 전미 평균 데이터에서 공립학교의 성취도를 크게 낮추고 있죠.

SL: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지난 몇십 년간 미국 학생들의 성취도는 크게 상승했어요. 물론 공립학교들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들은 학생들의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교수법을 실행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봐요. 또 학생들의 성취도나 가정환경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립학교의 이러한 성과는 더욱 놀라운 것이죠.

Atlantic: 책에서 당신들은 공립학교가 사립학교와는 달리 오히려 개혁과 새로운 교육 이론들에 열려 있다고 주장했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SL: 사립학교들이 가지는 자율성(autonomy)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교사들이 채용되는 방식도 다르고 국가가 인증하는 자격증을 받을 필요도 없죠. 또 사립학교들은 각 주가 요구하는 교과과정 기준이나 시험 등의 요구조건을 꼭 맞출 필요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주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교사를 채용하고 주에서 실시하는 교육 개혁이나 교수 방법론을 더 잘 이해하는 교사들을 뽑는 공립학교가 특정 분야에서는 더 효과적일 때가 많은 거죠.

Atlantic: 당신들의 연구에서 사립학교들은 대부분 종교적 성격의 학교들(religious private schools)이었는데요. 학업 성적만을 목표로 하는 사립학교들은 어떤가요? 그런 학교들도 공립학교에 비해 성과가 떨어지나요?

SL: 그런 학교들은 우리가 이용한 데이터에 없었어요. 물론 가톨릭 혹은 기독교 중심 사립학교 범주에 들지 않는 “다른 사립학교”라는 항목이 있긴 했지만 그 숫자가 너무 적어 의미 있는 연구를 하기가 어려웠어요.

CL: 그리고 정책 결정의 시각에서 본다면 학업 성적만을 목표로 하는 사립 학교들에 대한 연구는 덜 유용할지 몰라요. 미국 사립학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여전히 가톨릭 학교들이기 때문에 종교적 성격의 학교들을 연구하는 것이 의미가 있죠.

Atlantic: 그렇다면 왜 부모들은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 있나요?

CL: 좋은 질문이에요. 비슷한 질문을 연구한 경제학자들도 왜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사립학교에 부모들이 많은 돈을 들여가며 아이들을 보내는지 의아해 했어요. 경제 논리로 보자면 말이 안되죠. 하지만 학교를 선택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죠. 학교의 명성이나 집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안전, 그리고 학교가 어떤 가치를 대표하는지 등이 그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부모들은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 어떤 아이들이 입학하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또 미디어나 다른 기관들이 미국 공립학교가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들에게 주입하면서 부모들은 사립학교가 더 낫다고 자연스럽게 가정하게 된 거죠. (The Atlantic)

원문보기

엘리트스쿨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MIT 경제학자들의 연구

arendt

Recent Posts

[뉴페@스프] ‘이건 내 목소리?’ 나도 모를 정도로 감쪽같이 속였는데… 역설적으로 따라온 부작용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18 시간 ago

살해범 옹호가 “정의 구현”? ‘피 묻은 돈’을 진정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2 일 ago

미국도 네 번뿐이었는데 우리는? 잦은 탄핵이 좋은 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6 일 ago

“부정 선거” 우기던 트럼프가 계엄령이라는 카드는 내쳤던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1 주 ago

트럼프, 대놓고 겨냥하는데… “오히려 기회, 중국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중”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2 주 ago

방해되면 손발 다 잘라버린다?… “트럼프 2기, 이 사람은 무소불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윤곽이 거의 다 드러났습니다. 2기 행정부 인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3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