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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등학교 스포츠에 대한 반대

매년 전 세계의 청소년 수천 명이 갖가지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 옵니다. 이들 눈에는 미국의 모든 면면이 새롭고 신기하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놀라운 건 아마도 미국 고등학교들이 학교 스포츠에 얼마나 많은 돈과 관심을 쏟는지일 겁니다. 한국에서 뉴저지로 이민 온 제니는 자신이 다니는 공립 고등학교에 골프와 볼링 등 18개 종목의 스포츠 팀이 꾸려져 있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교정 안에 반짝이는 잔디 구장은 물론이고 6개의 테니스 코트와 자기 학교 출신 스타 운동 선수를 기리는 명예의 전당도 있습니다. 반면, 15세 학생들이 전 세계 학력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경우 학생들이 점심 시간에 흙바닥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게 학교 체육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집에서 배드민턴 라켓을 학교로 가져와 가상의 네트를 가정하고 시합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스포츠는 미국의 교육 시스템 안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은 미국 학생들이 전 세계 학력평가에서 31위라는 그저 그런 성적을 낸다는 뉴스가 나올 때도 별로 논쟁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지난해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왔던 외국인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9명은 미국 고등학생들이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훨씬 더 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신경을 쓰느 것 같다고 응답했습니다. 2010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8학년 기준으로 미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에 비해서 스포츠에 쓰는 시간은 두 배가 많았습니다. 체육 활동을 많이 하는 핀란드나 독일 학생들은 학교가 아니라 자신의 동네에서 클럽 스포츠를 즐깁니다.

저 역시 7살에서 17살까지 학교에서 축구부 활동을 했습니다. 다른 미국인들처럼 저도 고등학교 스포츠를 통해 많은 혜택을 누렸습니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 외에도 스포츠맨십이나 인내, 그리고 학교에 대한 애정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다른 나라의 다른 학교 스포츠 문화를 보면 미국이 고등학교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이 초래한 비용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앞서 언급한 제니가 다니는 뉴저지의 고등학교는 대부분이 백인 학생들이고 학생의 95% 이상이 중산층 가정 출신입니다. 하지만 2012년 전교생 가운데 AP(미국 고등학생들이 대학 진학 전 대학이 인정하는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고급 과정) 시험을 보는 학생은 17%에 불과했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시장은 더 숙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원하는데 만약 미국 교육이 이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는 스포츠에 열광하는 미국 고등학교 교육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텍사스에 있는 한 학교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학교에서 미식축구(Football) 선수 한 명에 드는 돈은 약 1,300달러 입니다. 하지만 수학을 가르치는 데는 학생 한 명당 618달러가 듭니다. 고등학교 미식축구 시즌 하나를 개최하는 데 드는 돈이면 이 구역의 초등학교에 정규직 음악 선생님을 한 명 더 고용할 수 있습니다. 교육 경제학(Educational Economics)의 저자인 마게르트 로자는 미 북서부 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각 학교가 평균적으로 학생 한 명의 수학 교육에 328달러를 쓰는 데 반해 학교 스포츠 치어리더 한 사람당 1,348달러를 쓰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수학과 같은 과목보다 스포츠 과목에서 선생님 대 학생 비율이 더 낮습니다. 미식 축구는 고등학교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입니다. 미식 축구팀이 있는 학교는 대체로 여섯 명 이상의 코치가 있고 종종 비싼 돈을 주고 프로 코치를 고용하기도 합니다. 미식 축구장 잔디밭을 운영하는 데만 1년에 2만 달러가 듭니다. 하지만 제가 인터뷰한 교장 선생님들은 스포츠가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을 줄줄이 늘어놓으면서 현재 학교의 정책을 옹호했습니다.

최근 재정 적자로 인해 많은 주들이 교육 예산을 줄이면서 스포츠 프로그램의 규모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들은 이를 “일시적인 희생”으로 인식할 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교들은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프로그램을 줄이지 않고 비용을 부모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포츠에 들어가는 비용 보전을 위해 다른 학술 프로그램을 줄이기도 합니다. 만약 미국이 고등학교 스포츠에 대한 집착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로 바꾼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의 성적은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성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경쟁이 너무 치열한 아시아 국가에서 학업 성취도와 성적에 대한 집착은 미국에서의 스포츠에 대한 집착과 비슷합니다. 학업이든 스포츠든  지나친 집착은 바람직한 접근이 아닙니다. 두 가지 모두 학생들을 스트레스와 실망감에 짓눌리게 만듭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 고등학생의 93%가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면 미국에서는 77%의 고등학생만이 졸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스포츠를 통해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는 학생의 비율은 2%에 불과합니다. 스포츠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스포츠가 학교 운영에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버리면 이는 학교가 본연의 교육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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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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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저도 이 점이 흥미로워서 기사를 번역했어요. 요즘 미국에서는 한국과 같은 교육 문화에 대한 글들, 다시 말하면 미국 교육 문화와 정반대의 문화를 가진 나라들에 대한 글과 책들이 많이 쏟아지는 것 같아요. 미국 사람들 시각에서는 PISA와 같은 전 세계 학력 평가에서 한국이나 핀란드와 같은 나라들이 미국 학생들보다 월등히 우수한 성적이 나오니까 뭔가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데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좀 당황스러울 때가 있죠. 오늘 저는 "the smartest kids in the world"라는 책을 샀는데 이 책도 미국 학생 3명이 학생들 성적이 우수한 핀란드, 한국, 그리고 폴란드에 가서 경험하는 교육에 관한 글이더라구요. 이 책이 한국 교육을 어떻게 묘사할지 모르지만 아마 이 글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너무 도식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한국과 미국 시스템을 딱 반반 섞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드네요.

  • 미국의 교육시스템이 점점 한국(또는 동양)을 닮아가고 있네요. 예전엔 각종 활동이 많았습니다 -- 학교내에 공기총 사격장, 실내 수영장, 몇개의 테니스코트, 팬싱부외에 기타 다른 운동부들 -- 로 학교 생활이 다채롭고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부모들이 나서서 애들을 공부만 시키려 합니다. 부모의 세대들이 다른 나라들에 대한 위기감을 느껴서 그런듯합니다. 미국인들이 동양이나 여러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는 모습과 이제 많은 다른 나라들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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