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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속 이집트, 스파이로 오인돼 잡혔던 황새의 죽음

메네스(Menes). 지난주 이집트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발견된 뒤 “서방 세계가 보낸 스파이” 혐의로 이집트 경찰이 잡아들인 황새의 이름입니다. 메네스를 처음 발견한 어부는 다른 새들과 달리 몸에 무언가 전자 장치가 부착돼 있는 것을 보고 의심스러워 황새를 잡아 경찰에 넘겼습니다. 문제의 전자 장치는 이내 프랑스의 조류학자들이 철새인 황새의 이동경로를 연구하기 위해 부착한 위치추적장치였고, 프랑스 국경을 넘는 순간 작동이 중지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이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 속에 막을 내리고, 이후 집권한 무슬림형제단의 모르시 정권도 1년 만에 무너지면서 군부가 위임통치를 하고 있는 이집트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과 반미 감정, 서방 언론에 대한 불신이 맞물려 각종 음모론이 터져나왔고, “스파이 황새”도 이 가운데 하나였던 겁니다.

스파이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메네스는 조류보호구역에서 풀려났지만 조류보호구역을 벗어나자마자 사람들에게 잡아 먹히고 말았습니다. 나일강 어귀의 사람들에게 황새는 오래 전부터 식용으로 쓰이며 중요한 영양공급원 역할을 했지만, 혼란한 정국 속에서 황당하게 스파이 혐의를 받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황새가 하루만에 잡아먹혔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습니다. (Gau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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