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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속 이집트, 정부와 언론의 결탁

이집트 군부는 모르시 대통령을 몰아낸 날, 모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TV 방송국을 모두 폐쇄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4일에 걸쳐 알자지라 방송의 이집트 지부를 폐쇄하고, 알자지라 특파원을 살인 및 종파간 분쟁을 선동한 혐의로 기소해버렸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폭력적인 테러리스트에 대한 전쟁”을 왜곡해 묘사하고 있는 외신을 여러 차례 비난했습니다. 이에 따라 외신 기자들이 실제로 공격받고 구금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학계와 인권운동계에서는 현재의 혼란 속에서 국가와 이집트 국내 언론이 결탁하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군인들이 연좌시위 중이던 모르시 지지자들을 향해 발포해 60여명이 사망했을 때부터 이집트 국내 언론은 이슬람주의자들이 군인들을 자극해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부와 언론 간의 결탁은 이집트 언론의 자유가 2년 전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되었을 때보다 더 후퇴했음을 보여줍니다. 이슬람주의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것도 올 7월 이전에는 거의 없었던 일입니다. 일부에서는 현재 이집트의 언론 상황이 1950년대 무슬림형제단을 탄압하며 권력 기반을 다진 나세르 대통령 때를 연상시킨다고 말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가 이슬람주의는 여러 이슬람 국가들을 아우르는 것이므로 이슬람주의자는 진정한 이집트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극단적인 형태의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언론은 이슬람주의자들에게 비인간적인 이미지를 씌우고 있습니다. 시위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작업인 것이죠.

정부와 언론은 반복적으로 이슬람주의자들에게 현 폭력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무슬림형제단이 조직적으로 폭력을 조직했다거나 연좌시위가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처음 발포한 것이 어떤 쪽이든 간에, 정부의 조치는 과민반응이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정부와 언론의 화살은 외신에게도 향하고 있습니다. “무슬림형제단의 입장에 치우친 외신의 보도 행태에 이집트인들이 씁쓸함을 느끼고 있다”는 논조를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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