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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에게 조건 없이 돈을 나눠주는 것은 어리석은 정책일까?

버나드 오몬디(Bernard Omondi) 씨는 케냐의 시골 지역인 시아야(Siaya)에 살고 있습니다. 일감을 찾는 날이면 그는 하루에 2달러를 법니다. 그러던 지난해 어느날, 그는 특이한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500달러를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사람들이 와서 자신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돈을 주는 “GiveDirectly“라는 자선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이들은 케냐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인 이 마을 주민들이 연간 1,000달러를 아무런 조건 없이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 동네 사람들은 케냐 정치인들이 표를 매수하려는 수작이거나, 어떤 속임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돈을 나눠주는 것은 농업기술 교육이나 의료 지원과 같은 방법에 비해 흔하게 쓰이는 방법이 아닙니다. 정부와 자선 사업가들은 지금 당장의 필요를 충족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현금을 주는 정책이 종종 쓰였습니다. 1990년 중반 멕시코의 경제위기 이후 경제학자 산티아고 레비(Santiago Levy)는 우유나 또띠야와 같은 제품에 대한 식품 보조금을 없애고 극빈층에게 직접 현금을 주는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현금을 받은 사람들은 대신 자녀들을 반드시 학교에 보내고,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내각 관료들은 사람들이 현금으로 생필품 대신 술과 담배를 사지는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돈을 두고서 가족 간에 다툼이 일어날 거란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레비는 직접 현금을 받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소비 행태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 결과 현금을 받은 지역의 어린이들의 학교 등록율이 더 높았고, 그 지역 주민들의 건강 상태도 더 좋았습니다. 우려와 달리 사람들은 담배나 술을 사는 데 돈을 쓰지 않았고, 받은 돈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오늘날 6백만 명 이상의 멕시코 사람들이 현금 보조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멕시코와 비슷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12곳 정도 있습니다. 멕시코의 사례는 개발경제학을 연구하는 하버드와 MIT의 대학원생들이 GiveDirectly라는 단체를 만드는데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핸드폰을 통해서 돈을 보내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케냐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현금을 주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험의 최종 결과는 올해 말 즈음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GiveDirectly가 시아야 지역에 현금을 제공하고 몇 달 뒤 저는 그 동네를 관찰했습니다. 받은 돈을 술을 마시는 데 쓰거나 다음 번 현금 지급만을 기다리고 앉아 있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웠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웃들이 받은 돈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서 가십성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받은 돈을 생산적인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몇 달마다 새로 짜야하는 초가 지붕을 10년은 거뜬히 견디는 금속제 지붕으로 바꾸기도 하고, 중고 오토바이를 사서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요금을 받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매일 일을 하는 오몬디 씨는 현재 하루에 6~9달러를 벌고 있습니다. 오몬디 씨의 이웃들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받은 돈을 쓰고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 마을의 사람들은 전기와 수도 등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 사람들이 중산층으로 도약하는 데는 여전히 수많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을 겁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려 해도 미숙한 금융 제도가 발목을 잡고, 열악한 사회기반 시설은 큰 걸림돌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중산층으로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들은 과거보다 덜 가난한 상태입니다. GiveDirectly의 시도는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아이디어, 즉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고 돈을 가지게 되면 필요한 것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현금을 주는 것은 어쩌면 농사에 필요한 소나 의료 지원, 혹은 교육이나 기술을 제공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일지 모릅니다. GiveDirectly의 공동 설립자 마이클 페이에(Michael Faye)는 말합니다. “사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를 정확히 모르지 않나요?”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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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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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적의 본래 주체가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문의 여지가 없지만, 또 다른 별도의 문제인 '받는 데에 익숙해진다'는 점은 한계로 남아있는 듯 해요.

    •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반대편 입장에 서서 조금 비틀어 대답을 해 보자면, '받는데 익숙해지면 어떤가?'정도가 떠오르네요.

      이 논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달 지급하는 금액을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근무했을 때 받는 월급보다 충분히 작은 정도를 유지해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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