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우리가 (이슬람의) 신성한 축제일에 폭력의 희생양이 될까 두려워하며 잔뜩 경계를 해야 하는 건가요? 가만히 지켜보면 이슬람 사회에서 가장 폭력사태가 빈발하는 날은 이들이 사원에 가 기도를 드리는 금요일 같아요. 무슬림들은 어쩌면 금요일에 모스크에서 기도를 드리고 나오는 순간부터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폭도로 변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적어도 우리 기독교인들은 안 그러잖아요. 정부가 기독교의 신성한 휴일인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을 앞두고 ‘기독교도들이 폭력사태를 일으킬 지 모르니 조심하세요. 온 동네에 계란을 던지고 다닐지도 모릅니다!’는 주의를 준다고 생각해보세요.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미국 아칸소 주의 주지사 출신 정치인이자 목사이기도 한 허커비(Mike Huckabee)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슬람교를 한껏 비꼬며 한 말입니다. 허커비는 이슬람의 금욕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는 날 열리는 성대한 축제 이드(Eid)를 앞두고 미국 대사관의 경계가 강화되자 이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듯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9.11 테러와 미군의 이라크 침공, 석유 쟁탈전과 중동의 복잡한 지정학적 셈법은 차치하더라도, 위의 발언은 유럽의 역사에 대한 허커비의 무지와 편협함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례였습니다. 남부 유럽에 살던 유대인들이 수백 년 동안 부활절 전야마다 기독교도들의 이유 없는 급습과 테러를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허커비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시카고 대학 역사학과의 니렌버그(David Nirenberg) 교수는 유대인은 오랫동안 유럽인들에게 증오와 적대의 대상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중세 스페인의 지방 영주나 실력자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유대인들을 너무 거칠게 공격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대가로 유대인들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대인 커뮤니티는 실제로 매년 부활절을 앞두고 “기독교도들이 일으키는 폭력사태가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온 동네에 계란을 던지고 다닐지도 모릅니다!”라는 경고를 받았던 겁니다. 그리고 기독교도들은 계란보다 훨씬 치명적인 돌멩이를 던졌고, 유대인들의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종교 축제일에 다른 종교인, 소수자를 향한 적대감이 폭력적으로 표출되는 사고는 기독교나 이슬람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도에 사는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은 힌두교 축제일마다 혹시 불똥이 튀지는 않을지 걱정합니다. 반대로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비교적 풍요로웠던 시기에는 종교의 차이가 폭력의 단초를 제공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전성기 때는 무슬림과 기독교도, 유대인들이 축제 음식을 나눠먹었다는 기록도 많습니다. (Economist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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