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세계

동성애 관련 신문기사에 19금 딱지?

이 기사가 러시아 신문에 실렸다면 미성년자 구독 불가 딱지가 붙었을 것입니다. “비전통적인 성적 관계 조장”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동성애나 동성애자 권리 문제를 다룬 글에는 무조건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는 법 조항 때문입니다. 지난 6월, 이와 같은 내용의 법안에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국제 사회는 비난 여론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러시아산 보드카에서부터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태도는 당당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법에 소수자들을 억압하고 차별하려는 의도는 없고 다만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동성애자 인권 단체들은 법의 내용이 모호할 뿐 아니라, 이 법에 따라 동성애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언제고 체포당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또한 시민 사회를 억압하고, 외부의 소리를 차단하는 일련의 정부 행태가 적극적으로 국제 행사를 유치하려는 정책 방향과 모순된다고도 지적합니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국제 행사 유치 경쟁 상대인 두바이는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되려 당당한 모습입니다.

경제적, 문화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러시아의 대도시에서도 동성애자들의 입지는 매우 좁습니다. 멸시와 차별은 물론, 공공연한 위협과 폭력에도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설문조사에서 이른바 “동성애 조장 금지법”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88%에 이르고, 동성애를 질병, 나쁜 습관, 잘못된 양육으로 인한 결과물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러시아의 동성애자들은 이제야 소수자 운동이 조금씩 싹트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 때문에 손발이 묶인 처지가 되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NYT)

원문보기

eyesopen1

View Comments

Recent Posts

“궁지 몰리면 무력 충돌 불사할 수도”… 양안 분쟁 발발하면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20일) 취임했습니다. 4년을 쉬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질서에 몰고…

1 일 ago

[뉴페@스프]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이 사람이 트럼프의 미래일까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4 일 ago

“불리한 여론 뒤집으려는 말인 줄 알았는데… 뒤에서 웃는 시진핑·푸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언급한 적 없다가 당선된 뒤 꺼내 든 의제 가운데 가장…

5 일 ago

[뉴페@스프] ‘백신 음모론자’가 미국 보건 수장 되다… “인신공격은 답 아냐”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1 주 ago

“LA 산불 반복되는 과학적 이유 있는데… 그게 아니라는 트럼프·머스크”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LA 일대에서 난 산불로 큰 피해가 났습니다. 사망자도 20명을 넘었고, 강풍에 불길이…

1 주 ago

[뉴페@스프] ‘예스맨의 절대 충성’ 원하는 트럼프…단 하나의 해답 “귀를 열어라”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