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범죄소설 “뻐꾸기의 외침(The Cuckoo Calling)”의 작가 로버트 갤브레이스가 실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책은 곧장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작품 자체 보다는 이 비밀이 어떻게 밝혀졌는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가들은 왜 필명을 쓰는 것일까요?
이코노미스트의 칼럼니스트들도 가명으로 글을 씁니다. 영국 관련 칼럼은 배저트(Bagehot), 미국 관련 칼럼은 렉싱턴(Lexington)이라는 이름으로 쓰여지는 식입니다. 소설가들이 필명을 쓰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애덤 비드(Adam Bede)”, “미들마치(Middlemarch)”와 같은 작품을 남긴 19세기 영국 작가 매리 앤 에반스(Mary Ann Evans)는 여성 작가라는 선입견을 피하기 위해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이라는 필명을 썼습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도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Samuel Langhorne Clemens)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썼죠. 범죄소설을 쓰려는 이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2005년 맨부커상 수상자인 존 밴빌(John Banville)은 벤자민 블랙(Benjamin Black)이라는 이름으로 범죄 소설을 썼고, 본명으로 맨부커상을 받은 줄리언 반스(Julian Barnes)도 스릴러물을 쓸 때는 댄 카바나(Dan Kavanagh)라는 필명을 썼습니다. 반대로 유명 추리소설 작가가 다른 장르에 도전할 때 필명을 쓴 사례도 있었습니다. 추리물의 대가인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는 메리 웨스트매콧(Mary Westmacott)이라는 이름으로 로맨스소설을 썼고, “리플리”로 잘 알려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는 가명으로 레즈비언 로맨스물을 썼습니다.
이들이 필명을 쓰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입니다. 첫째, 본명을 걸고는 쓰기 힘든 것을 쓸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해서 입니다. 두번째로는 진지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 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 작가들이나 추리소설처럼 여전히 ‘문학 대접’을 받지 못하는 장르를 주로 쓰던 작가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죠. 가장 큰 마지막 이유는 바로 전작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 입니다.
조앤 롤링은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큰 소란이나 기대없이 새로 시작하는 작가의 입장에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쓸 때도 성별을 알 수 없는 이니셜 필명(J. K. 롤링)을 사용했던 조앤 롤링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을 중시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에서 너무나도 유명해진 조앤 롤링에게 어떤 식으로건 자신을 숨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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