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시면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계신가요? 혹시 커피에 설탕을 타 드시고 있나요? 당신이 지금 EU(유럽연합) 회원국 어딘가에 계신 거라면 특히나 꼭 아셔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유럽연합이 수입하는 설탕 대부분이 캄보디아산입니다. 그런데 캄보디아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크게 번창하고 있는 설탕 플랜테이션의 이면에는 정부와 자본의 강압적인 토지 수탈, 그리고 반인권적인 아동노동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EU의 관세제도 분류에 따라 캄보디아는 ‘무기만 빼고는 뭐든 (EU로)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는(Everything But Arms, EBA)’ 저개발 국가에 속합니다. 이론상으로는 캄보디아 노동자들과 수출업자들에게 큰 호재가 될 것 같은 이 원칙이 실은 대규모 기업형 농장을 짓기 위해 소규모 자영농들의 토지를 반강제로 빼앗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노동조건의 농장 경영을 부추기고 있는 겁니다. 지난 10년간 적어도 40만 명이 220만 헥타르의 땅을 빼앗겼는데, 이 가운데 많은 땅이 설탕농장으로 변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설탕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동노동을 비롯한 열악한 노동조건은 이미 UN 보고서를 비롯해 수차례 지적됐습니다.
EU의 관세제도는 수입국에서 이러한 반인권적인 생산방식이 확인될 경우 관세 혜택을 철회하거나 직접적으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U 의회 또한 자체적인 조사를 촉구해 왔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조사에 착수해야 할 EU 집행위원회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사하는 시늉만 낸 뒤 내린 결론은 “(설탕 농장의 인권 상황에는) 별 문제가 없다”로 UN의 보고서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EBA는 잘만 활용하면 저개발 국가에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원칙입니다. 하지만 “생산국이 세계적인 규범을 준수하는 등 올바른 일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전제는 유럽의 관료주의 앞에서 여전히 방기되고 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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