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세 개 대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여러 시위들은 같은 얼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첫째는 1980년대 그래픽노블 “브이포벤데타”에 등장했던 가이 포크스의 가면입니다. 브라질에서는 버스 요금이, 터키에서는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연료 보조금이, 유럽에서는 정부의 긴축 정책이 시위에 불을 붙인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하더라도, 가이 포크스가 가졌던 정부에 대한 불만은 세 개 대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특징입니다. 1848년, 1968년, 1989년의 거리 시위가 그랬던 것 처럼 현재의 상황에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중산층의 평범한 시민들이 오만하고 비효율적이며 부패한 정부를 대상으로 더 큰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시위들이 그랬던 것 처럼 2013년 거리 시위의 물결이 세상을 바꿀지는 아직 분명치 않습니다. 두드러지는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소셜 네트워크와 신기술에 힘입어 더 많은 사람들이 특정 조직의 힘을 빌리지 않고 더 빨리, 대규모로 모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서구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점령(Occupy)” 시위에서 드러났듯, 쉽게 모인 만큼 쉽게 사그라드는 것도 요즘 시위의 특징입니다. 그러나 유럽, 중동, 아시아의 시위대들이 갖고 있는 불만, 특히 풍요 속에서 느끼는 상대적인 불만은 쉽게 가라 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나 터키에서와 같이 개발도상국에서 부상한 중산층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은 하루 아침에 진압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처럼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만 한다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원을 분배하기란 더욱 어려워집니다. 얼핏 대규모의 시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상황이 당장은 더 나아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체제는 대중의 분노를 수렴할 채널이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대중의 뜻을 수용하면 상황은 달라지고,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2013년 전 세계 민주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를 지켜보는 몇몇 국가의 지도자들의 마음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Economist)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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