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분쟁에서 시작된 재판이 레이디가가의 콘서트만큼이나 많은 인파를 끌어모았습니다. 동성 결혼에 대한 미국 대법원 판결이 나온 26일 전야의 광경이었습니다. 1996년 연방정부가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것을 금지한 결혼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은 결국 대법원에서 5대 4로 위헌 판정을 받았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사람은 44년 간 함께 한 동성 애인과 살다가 2007년에 결혼식을 올린 에디스 윈저(Edith Windsor)였습니다. 2009년 배우자가 사망하자 윈저는 부동산을 상속하게 되었는데, 배우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36만 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물게 되자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윈저는 결혼보호법이 평등한 법의 보호를 보장하는 수정 헌법 5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동표였던 앤써니 케네디 대법관을 비롯, 윈저의 손을 들어준 5명의 판사들은 판결문에 “결혼보호법은 뉴욕이 보호해야 할 바로 그 집단에 상처를 입히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집단을 해치고자 하는 의회의 바람만으로 이와 같은 취급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썼습니다. 합헌 의견을 낸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의회의 뜻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바로 전날 투표권법에 대한 판결에서는 자신이 의회와는 반대되는 의견을 냈기 때문에 논리가 다소 힘을 잃은 느낌입니다.
이번에 결혼보호법에 위헌 판결이 내려짐으로써,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주에서는 동성 부부들도 다른 부부들과 동등하게 천 여 항목에 달하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을수 있게 되며, 동시에 의무도 지게 됩니다. 그러나 동성 결혼 지지자들이 원했던 완전한 승리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지지자들은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동성결혼금지법(Proposition 8)에 대해 판결했던 것처럼, 동성 결혼에 대한 금지가 수정 헌법 14조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나오기를 바랐습니다. 만일 이런 판결이 나왔다면,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재판으로 낙태가 미 전역에서 합법화되었던 것 처럼 동성 결혼도 미국 모든 주에서 법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보다 범위가 좁고 구체적인 내용에 한정되어 있어, 동성 결혼 지지자들의 법정 투쟁은 다시 각 주의 법정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최근 주 법원 차원의 재판 결과를 보면 대세는 뚜렷합니다. 불과 5년 전,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법제화된 주는 두 곳 뿐이었지만, 현재는 워싱턴 DC를 포함해 13개 주에서 동성 결혼이 인정되고 있으며 이 수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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