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김정일 부자 초상화가 걸린 교실에서 수업을 받던 치마저고리 교복 차림의 여학생들이 방과 후에는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일본의 거리 풍경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장면을 연출하는 곳. 일본 내 70여 곳에 이르는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계 조선 학교의 풍경입니다. 일제 시대 때 일본에 자발적으로, 또는 강제로 끌려온 약 70만 조선인들은 해방 이후 20여년 간을 일본에서 무국적자로 살아야 했습니다. 1965년 일본과 한국이 수교를 맺자 일부는 한국 국적을 택했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지도 상에는 없는 나라 ‘조선’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승만 정권이 일본내 민족 학교에 대한 지원을 거절한 반면 김일성은 민족 학교에 적극적인 지원을 했습니다. 반공우파들이 모여 만든 한인단체에 뿌리를 둔 민단의 민족학교는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총련계 민족학교는 지금껏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사의 산물인 이들 학교는 이념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고국에 대한 애착에 근거를 둔 기관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강제 노역과 한국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괴뢰정권(한국)의 역사를 가르쳐 온 민족학교를 일본 내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내부의 적으로 정의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7-80년대 북한 정부가 일본인들을 납치해갔을 때 총련이 연루되었다는 의혹도 여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총련계 학교에 일본 정부의 지원이 끊긴 것은 2년 전의 일입니다. 도쿄시를 필두로 지방정부의 학교 지원책도 끊기는 중입니다. 최근 더욱 나빠진 북일관계 속에, 총련은 도쿄에 위치한 본부 건물도 부채 문제로 빼앗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외부의 문제가 전부는 아닙니다. 많은 조선계 주민들이 일본 국적을 택하고 있어 총련계 학교의 재학생 수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불신하는 사회에서 자란 총련계 학생들은 종종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 인류학과의 소냐 량(Sonia Ryang) 교수는 많은 총련계 학생들이 북한 정권을 싫어하면서도 부모에 대한 공경심이나 뿌리에 대한 애정 때문에 총련을 떠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총련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관적입니다. 총련을 지금 상태로 그냥 놓아두면, 3년 안에 사라질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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